법무副장관이 특검 발표 30분전에 알려주자… 백악관 경악

    입력 : 2017.05.19 03:03 | 수정 : 2017.05.19 13:40

    [트럼프 탄핵정국 소용돌이]

    - '봐주기 수사' 없을 듯
    권력에 굽히지 않는 '강골' 특검… 트럼프 "사상 최대의 마녀사냥"

    - 공화당 일각서도 "탄핵감"
    상하원 모두 공화당 과반이지만 수사 결과따라 장담 못하는 상황

    미 법무부가 1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 수사를 결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4개월 만에 탄핵 기로에 섰다. 법무부는 이날 특검의 수사 대상을 "FBI가 이미 확인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이와 관련된 문제들"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문제들(related matters)'이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 관련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과 코미 전 국장을 전격 해임한 문제만으로도 탄핵론에 휩싸여 있다. 특검 수사에서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트럼프 탄핵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특검 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자신의 직속 상관인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LA타임스는 "법무부는 발표 30분 전에 백악관에 특검 임명 사실을 통보했다"고 했다. USA투데이는 이날 "특검 임명은 백악관이 결코 원하던 바가 아니었다"며 "발표를 보고 경악한 보좌관들이 약 90분간 백악관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대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1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에 임명된 로버트 뮬러(오른쪽) 전 FBI 국장이 2004년 2월 당시 제임스 코미(왼쪽) 법무부 부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장에서 제프리 스킬링 전 엔론 CEO를 기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코미는 뮬러 후임으로 FBI 국장이 됐다.
    1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에 임명된 로버트 뮬러(오른쪽) 전 FBI 국장이 2004년 2월 당시 제임스 코미(왼쪽) 법무부 부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장에서 제프리 스킬링 전 엔론 CEO를 기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코미는 뮬러 후임으로 FBI 국장이 됐다. /AFP 연합뉴스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유명한 '강골 검사' 출신이다. 지난 4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찬성 94 대 반대 6이란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될 만큼 의회의 신임이 높다. 그가 특검으로 지명한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도 '원칙론자'여서 트럼프 대선 캠프에 대한 '봐주기 수사'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위터에서 "이번 일(특검 임영)은 한 정치인에 대한 미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연일 터져 나오는 각종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궁지로 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 중단 압력을 넣었다는 증거인 이른바 '코미 메모'와 관련,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코미 전 국장 측근의 발언을 인용해 "(알려진 것 외에) 다른 메모가 있다"며 "코미는 트럼프가 자신에게 한 말을 가능한 한 모두 기록해 놓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보좌관으로 임명했다"고 했다.

    미 상원 정보위와 법사위 등에선 일제히 '코미 메모'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법무부에 요구했다. CNN은 "코미 전 국장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전말을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소속 알 그린 하원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사법 방해 혐의로 탄핵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고, 여당인 공화당 소속 저스틴 아매시 하원 의원조차 '코미 메모가 사실일 경우 탄핵감으로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탄핵' 국면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만 확인돼도 '사법 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사법 방해 혐의는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닉슨·클린턴 탄핵 때와 달리 현재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의 과반을 차지한 상황은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안이 된다. 미 대통령 탄핵은 하원에서 출석 과반, 상원에서도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최종 결정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위험하지만, 탄핵이 임박한 것은 아니다"며 "트럼프 지지율은 40% 안팎이나 대다수 공화당원은 그를 아직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 뮬러는 누구]

    해임된 코미의 전임자, 12년 FBI 이끈 소신파… 공화·민주 모두 환영

    1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조사할 특별검사로 임명된 로버트 뮬러(73)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 FBI를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해임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의 전임으로, 수사에 관한 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73년 버지니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검사 등으로 일하다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FBI 국장에 임명됐다. 9·11 테러가 발생하기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이후 부시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진행할 때 한 축을 담당하면서 FBI 역할을 범죄 수사기관에서 대(對)테러 대응기관으로 확대했다. 2009년 알카에다의 여객기 테러 시도를 적발하는 등 여러 사건을 안정적으로 처리해 공화·민주당 모두의 신임을 받고 있다. 뮬러 특검은 2004년 부시 정부가 '영장 없는 도청 권한 연장'을 추진할 당시 법무장관 대행으로 있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과 함께 "사표를 내겠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FBI 국장 임기는 10년이지만,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연장을 요청해 2년을 더 재직했다. 재직 기간으로 보면 48년간 FBI 국장을 맡은 존 에드거 후버 다음으로 긴 임기를 보낸 국장이다. FBI 국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윌머헤일 로펌에서 일해왔다. 이 로펌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내다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물러난 폴 매너포트 및 트럼프 장녀 이방카와 맏사위 쿠슈너 부부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뮬러는 특검에 임명되면서 로펌에 사직서를 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이번 임무에 완벽하게 적합한 사람"이라며 뮬러의 특검 임명을 환영했다. 공화당의 롭 포트먼 상원의원도 "뮬러는 러시아 내통 의혹을 조사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왜 법무副장관이 특검 임명했나]

    現 법무장관, 러시아 대사와 접촉 사실 드러나 수사지휘 배제된 상태

    제프 세션스 미 법무부 장관 대신 로드 로즌스타인 부(副)장관이 특별검사를 임명한 이유는 뭘까?

    미 연방 규정집(CFR·Code of Federal Regulations)에 따르면 특검 임명권은 법무장관 혹은 법무장관 권한대행(acting attorney general)이 갖는다. 그러나 세션스 법무장관은 트럼프 캠프에 있을 당시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두 차례 접촉했던 사실이 드러난 이후 러시아 관련 수사 지휘 선상에서 배제된 상태다. 세션스는 지난 3월 "러시아 내통 의혹과 연관한 일체의 수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할 특검 임명권은 법무부 2인자인 로즌스타인에게 넘어갔다.

    트럼프가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에게 해임 통보 서한을 보내며 "로즌스타인의 권유로 당신을 경질한다"고 밝힌 것도 로즌스타인이 러시아 수사와 관련해 사실상 법무장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언급에 대해 로즌스타인은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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