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제동 "노조 동의 없으면 근로기준법 위반"

    입력 : 2017.05.19 03:12

    주택도시보증공사 노조 승소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는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 10명이 "성과연봉제를 무효로 해 달라"며 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근로자 과반의 동의 없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 성과연봉제를 시행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 정책'으로 추진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에 제동을 건 법원의 첫 판결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라는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따라 지난해 5월 근로자 동의 없이 이사회만으로 연봉제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간부급에만 적용되던 연봉제가 일반 직원에게도 적용됐고,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그러자 이 회사 직원 500명 중 350명이 가입해 있는 노조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일부 근로자는 임금이 이전보다 적어지는 불이익을 겪게 된다"며 "연봉제 시행으로 근로자 전체의 임금 총액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개인별로 유불리가 달라진다면 '근로자에게 불리한 규칙'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노조는 찬반 투표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으나, 공사는 노조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규정 개정을 강행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이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 규칙을 바꿀 때는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정한 근로기준법 94조 1항 위반"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적법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공사 측 주장에 대해선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할 필요성은 있지만, 근로자가 명백히 반대하는데도 일방적으로 강행할 정도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정부의 성과연봉제 확대 정책에 따라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48곳이다. 이 중 30여곳의 노조가 무효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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