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요? 행위 예술이죠"

    입력 : 2017.05.19 03:03

    [지도자로 돌아온 '야생마' 이상훈, LG 마운드 부활의 숨은 공신]

    2군서 유망주 투수 전담 관리… 임찬규·김대현 등 키워내
    "순간적 플레이에 환호 받지만 그 '순간'을 만드는 건 훈련 뿐
    획일화된 코칭은 도움 안돼… 선수 장단점·성격 맞춰 지도"

    야생마 이상훈의 야구 인생 정리 표

    현역 시절 이상훈(46)의 별명은 '야생마'였다. 정돈되지 않은 긴 머리부터가 그랬다. 솔직한 말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성격까지 웬만해선 말릴 수 없는 독특한 선수였다. 그래서일까. 18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그는 낯선 인상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모자를 벗자 짧게 깎은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젠 기르고 싶지 않아요. 1년에 한 번 가던 미용실도 요즘은 한 달에 두 번은 갑니다. 짧은 머리가 관리하기 더 힘들어요(웃음)."

    변한 헤어스타일처럼 이상훈의 인생도 많이 달라졌다. 그는 2015년 말부터 친정팀 LG의 피칭아카데미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팀의 2군 투수 코치 격이다. 이상훈은 팀의 유망주 투수 4~5명을 전담 관리한다. 작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LG에 첫 번째로 선발된 손주영을 비롯해 이창율·이찬혁 등이 몸담고 있다. 지난해 이곳을 거쳤던 임찬규와 김대현은 올 시즌 LG의 막강 '짠물 야구'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임찬규는 선발로 6경기에 나와 3승1패, 평균자책 1.34를 기록 중이다. 고졸 2년차 김대현은 18일 KIA전에서 5이닝 8실점했지만, 올해 6경기에 선발 등판하며 LG 선발 로테이션 한자리를 꿰찼다. 팀 안팎에선 올 시즌 LG의 선전 뒤에 이상훈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상훈은 LG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KBO 최고의 좌완 투수였다. 1993년 프로 데뷔한 그는 1994~1995시즌 연속 다승왕을 차지했고, 1994년엔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잇따라 거친 이상훈은 한·미·일 프로야구(1군) 무대를 모두 밟은 최초의 한국 선수다.

    2004년 은퇴(SK) 후엔 야구계를 떠났다. 록 밴드를 결성했고, 서울 청담동에선 헤어·메이크업·스킨케어까지 하는 '토털 뷰티숍'을 운영했다. 그런 중에도 틈틈이 중학생과 사회인 야구팀, 여자 야구팀을 가르치던 이상훈은 2012년 당시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고양 원더스(독립리그) 투수 코치로 들어갔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그리고 꼭 해야 하는 것이 결국 야구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야생마 이상훈은 한·미·일 프로야구(1군) 무대를 모두 밟은 최초의 한국 선수였다. 전성기를 누리던 1995년 이상훈의 역동적인 투구 모습. 갈기머리를 휘날렸던 자유분방한 투수는 짧은 머리 지도자(왼쪽)가 됐지만 자신의 젊은 시절을 생각해서인지 가르칠 때는 ‘선수별 맞춤형’으로 한다.
    야생마 이상훈은 한·미·일 프로야구(1군) 무대를 모두 밟은 최초의 한국 선수였다. 전성기를 누리던 1995년 이상훈의 역동적인 투구 모습. 갈기머리를 휘날렸던 자유분방한 투수는 짧은 머리 지도자(왼쪽)가 됐지만 자신의 젊은 시절을 생각해서인지 가르칠 때는 ‘선수별 맞춤형’으로 한다. /김진평 기자

    튀는 선수에서 지도자로 변신한 이상훈은 선수의 장단점과 성격, 컨디션 등에 따라 처방하는 '맞춤식 코칭'을 한다. 선수 표정이 안 좋으면 말없이 '들어가서 쉬라'고 한다. 분명 무슨 일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이유를 물어보지 않느냐고 하니 "그런다고 얘기를 하겠나. 나도 겪어 봐서 알지만 스스로 얘기를 꺼내거나 털어내도록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하는 선수가 있어요. 그러면 경기에서 잘못해도 그냥 둬요. 다음 날 불러 문제점을 함께 얘기하죠. 반대로 볼 컨트롤이 흔들릴 때마다 다그쳐야 빨리 바뀌는 선수도 있어요."

    이상훈은 자기가 생각하는 야구에 대해 "행위 예술"이라고 했다.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멋진 동작을 보고 팬들이 환호하니까"라는 이유다. 그 예술을 시작하고 완성하는 건 끝없는 훈련이란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기초 체력을 강조한다. "한 시즌을 온전히 뛰는 선수가 가장 훌륭한 선수예요. 다치지 않고 꾸준하게 뛰는 선수를 만드는 게 제 역할입니다."

    요즘 프로야구 선수들이 예전에 비해 파이팅이 줄어든 것 아니냐고 묻자 그가 손을 흔들었다. "열정 없이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있나요. 그럼 프로가 아니죠. 이전엔 투박했던 야구가 시간을 거치며 세련돼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물정보]
    현 LG 트윈스 투수코치 이상훈은 누구?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