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코너] 300년 '새벽 제사' 바꾼 종가집

    입력 : 2017.05.19 03:03

    [의성 김씨 청계 종택 '불천위 제사' 저녁으로 변경]

    - 저녁 제사 왜 안했나
    제삿날 조상보다 먼저 아침 등 음식 먹는 건 불효

    - 문중 회의 거친 선택
    "후손들 제례 참여 높이고 고령의 제관들 건강 배려"

    경북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에 있는 의성 김씨 청계(靑溪) 종택은 18일 오후 8시부터 불천위(不遷位) 제사를 지냈다. 300여년간 이어 오던 새벽 제사를 처음 저녁 무렵으로 늦춘 것이다.

    불천위는 조선시대에 나라에 세운 공이 크거나 학문 높은 사람의 신주를 사당(祠堂)에 영구히 두면서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된 신위다. 유교의 산실인 영남, 특히 안동엔 퇴계 이황 등 47곳에 불천위가 모셔져 있다. 제삿날엔 조상님께 가장 먼저 음식을 올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전날 음식을 차리고 기다렸다가 자정이 지나면 제사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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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靑溪) 김진 선생을 중시조로 모시는 의성 김씨 후손들이 18일 오후 8시쯤 경북 안동시 임하면 종택에서 불천위(不遷位) 제사를 올리고 있다. 이들은 자정을 넘긴 시간에 지내던 불천위 제사를 올해부터 초저녁에 하기로 결정했다. 300년 넘게 이어온 제례를 현실에 맞게 바꾼 것이다. /권광순 기자
    청계 종택은 이런 전통을 중시해 왔다. 청계 김진(金璡·1500∼1580)을 중시조(中始祖)로 모시는 이 집안은 '오자등과택(五子登科宅)'으로 불린다. 김진의 아들인 약봉 김극일, 귀봉 김수일, 운암 김명일, 학봉 김성일, 남악 김복일 5형제가 모두 과거에 급제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5형제는 신당·금계·예천 등지에 종택과 집성촌을 이뤘다. 이후 5개 파에서 문과 급제 24명, 생원 진사 64명을 배출했다. 현재 전국에 후손 5만명이 있다.

    그런데 청계 종택은 18일 300여년 만에 처음으로 불천위 제사 시간을 저녁으로 옮겼다. 앞선 문중회의에서 "새벽에 올리는 제사가 불편하다"고 의견을 모은 데 따른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작년에 비공개로 실시했던 조사에 따르면 경북 지역에서 불천위 제사를 지내는 170여 종가 가운데 절반 정도는 이미 현실에 맞게 제례 방식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그동안 제례를 엄정하게 지켜왔던 청계 종택도 변화를 선택했다. 청계 종택의 후손인 김승균(56)씨는 18일 "직장인 등 후손들의 제례 참여를 높이고 연세가 많은 제관(祭官)들의 건강을 배려하자는 차원"이라면서 "조상보다 음식을 미리 먹는 불효만큼은 피하려고 오늘 아침, 점심을 굶고 정성껏 제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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