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경기 뛴 코트와 작별… 끝내 눈물 보인 주희정

    입력 : 2017.05.19 03:03 | 수정 : 2017.05.19 11:59

    - '40세 농구 철인' 은퇴 회견
    "코트에 서지 못한다니 안 믿겨… 지도자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

    국내 남자프로농구 사상 가장 많은 1029경기에 나선 철인(鐵人) 주희정(40)은 사랑했던 코트와 작별을 선언하는 순간 끝내 눈물을 쏟았다.

    "지금까지 훈련했던 하루하루, 부상 탓에 힘들었던 과정, 뒷바라지해 해주신 가족들, 그리고 많은 분 모습이 머릿속을 쏜살같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18일 서울 강남구 KBL(한국농구연맹)센터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주희정은 "아직도 꿈꾸는 것처럼 내가 코트에 서지 못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농구에 미쳐 살아왔는데 대체할 게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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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희정은 한국 프로농구 선수 중 유일하게 1000경기 이상을 출장한‘철인’이었다. 그는 18일 공식 은퇴 기자회견에서“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농구에 대한 열정은 놓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뉴시스
    주희정은 한국 프로농구의 역사와 함께한 '레전드'다. 프로 두 번째 시즌부터 2016~17시즌까지 20시즌을 뛰면서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전·현직 선수 중 출장 경기가 유일하게 1000경기(1029경기)를 넘겼고, 신인왕(1998년)과 챔피언전 MVP(2001년), 정규리그 MVP(2009년) 등 영예를 모두 차지했다. 어시스트(5734개)와 스틸(1584개)은 독보적인 통산 1위다.

    기자회견에 자리를 같이한 이상민 삼성 감독은 "한국 농구 역사상 저렇게 노력한 선수는 없었다"며 "단순한 노력파가 아니라 약점을 메우기 위해 정말 죽을 때까지 하는 선수"라고 했다. '훈련 중독자'를 자처하는 주희정이 가장 애착을 갖는 기록으로 1029경기 출전을 꼽은 것도 성실함과 투지로 일궈낸 '명예훈장'이기 때문이다.

    주희정은 "내게도 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힘들 때마다 나를 뒤에서 받쳐준 가족, 특히 줄곧 버팀목이 되어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사랑을 전했다.

    "사실 올 시즌 후 딸들과 한 시즌만 더 뛰겠다고 약속했어요. 은퇴 결심을 한 뒤 '약속 못 지켜 미안하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뜻밖에 '아빠 잘했어'라면서 '이제 아빠가 양복 입고 팀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주희정은 후배들에 대한 충고도 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학창 시절부터 '무식하게' 훈련을 해왔다. 슛 없는 반쪽짜리 선수라며 운동 그만두라는 말도 들었지만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했다.

    긴 현역을 마감한 주희정은 지도자로 역할을 찾는 것이 희망이다. 삼성 구단의 도움을 받아 6개월~1년 동안 미국 농구 현장을 경험할 예정이다. 그는 "(기회가 오면) 다이내믹한 농구를 하고, 선수들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주희정은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지우(7) 꿈이 농구선수인데, 나를 닮아 한 번 슛 연습을 시작하면 5시간 넘게 쉬지 않는다"며 "고생한 걸 생각하면 농구 선수로 키우고 싶지 않지만, 계속 원한다면 도와줄 생각"이라고 했다.

    [인물정보]
    삼성 이상민 감독 "주희정, 한국농구 역사상 최고 노력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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