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5월 정례회의] 이제 진보도 귀 기울일 만한 조선일보가 돼라

  • 정리=김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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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19 03:03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15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범(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김태수(변호사), 방희선(변호사), 유미화(중경고 교사),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재진(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정희(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여울(문학평론가 겸 작가) 위원이 참석했다.

    [대통령 선거 전후 보도]

    대선 내내 밋밋하고 소극적인 기사들에 실망
    文 '수시 축소', 安 '유치원' 등 이슈에도 소홀
    정권 새 진용 문제점 지적하고 어젠다 던져야

    ―대선 기사를 보면서 밋밋하고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 이유의 하나는 보수의 집권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수 언론이 취할 선택 범위가 한정돼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기사 〈보수표, 5년 만에 571만표 이탈〉(5월 11일 A16면)을 보면서 조선일보가 나가야 할 바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작년 11월 연재한 〈위기의 대한민국… '보수의 길'을 묻다〉 같은 기획을 심화하면 어떤가. 보수의 가치를 구현할 정치인이나 정당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어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여론조사도 심도 있게 하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보수 언론으로서 남북한 관계 등에서는 여전한 특징을 보이지만 경제 기사에서는 지향하는 바가 뚜렷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보수층 지지 후보가 반기문에서 안철수로, 홍준표로 이동하면서 길을 잃은 것 같다. 전폭 지지할 후보가 없다 보니까 반문(反文)에도 한계가 있고, 반문 연대도 실패하니까 어중간한 태도를 보이게 된 것 같다. 조선일보에 바라는 것은 진보도 귀를 기울일 만한 보수가 되어 달라는 것이다. '조선일보를 보는 것은 내가 보수여서가 아니라, 좋은 기사가 많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으면 좋겠다.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이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신문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홍준표 후보가 내건 '친북 좌파 대 자유한국' 수준이라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누구나 보고 싶은 신문을 만들려면 강력한 비판과 함께 스스로 거듭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왼쪽부터 김태수·김경범·정여울·유미화 위원, 조순형 위원장, 방희선·이덕환·이재진·이정희 위원, 정권현 편집국 부국장.
    왼쪽부터 김태수·김경범·정여울·유미화 위원, 조순형 위원장, 방희선·이덕환·이재진·이정희 위원, 정권현 편집국 부국장. /이태경 기자

    ―홍준표 후보에 대한 객관성을 기대했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막말과 욕설을 거침없이 해도 비판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 대학 시절의 성폭력 범죄 모의를 자랑처럼 여기고, 항상 여성 비하적이다. 그런데도 모든 보수 언론이 비판하지 않았다. 그는 SBS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없애버린다는 말까지 했다. 이렇게 국격은 물론 선거의 품격까지 떨어뜨리는 행위를 집어내는 보수 언론을 찾지 못해 굉장히 아쉬웠다.

    ―논란이 된 현안이 여럿 있었다. 조선일보는 독자의 이해와 판단을 위해 사실관계를 규명한다는 취지로 '대선 팩트 체크'를 몇 차례 게재했다. 전체적으로 유익했다. 다만 몇 가지는 후보 간 공정성을 중시하다 보니까 상반된 주장을 나열한 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독자들이 판단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 4월 21일에는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 없다" 사실인가〉와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 전 北에 의견 물어본 적 없나〉를 실었다. 김영삼 정부 때 주적이라고 표현했다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삭제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절충하는 표현을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문재인 후보는 4월 19일 TV 토론에서 "북한을 주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국방부가 할 일"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주적 표현보다 중요한 쟁점이다. 대통령은 헌법상 영토를 보호하고 독립을 유지하고 국가를 보위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렇다면 군 통수권자로서 주적은 누구라고 군대에 지침을 내려야 한다. 국가가 생존하려면 주적 개념을 유지해야 한다. 일본도 독도 분쟁이 있으므로 국방백서에 표현은 못 하지만 잠재적 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팩트 체크'에서 1953년 정전협정도 거론해야 했다. 지금은 휴전 상태이니 국제법상 여전히 전쟁 상태이다. 주적 개념을 국방백서에 넣든 안 넣든 남북 간에는 엄연히 서로 주적인 게 맞는다. 기사가 결론을 그렇게 맺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이 있는가 없는가는 오히려 사소한 문제이다.

    ―SBS가 '해수부가 문재인 후보를 유리하게 하려고 세월호 인양 시기를 일부러 늦췄고, 문 후보는 그 대가로 해수부 조직을 늘려주기로 했다'는 해수부 공무원의 인터뷰를 보도한 데 대해 조선일보는 5월 5일 자 사설에서 〈세월호 정치 이용 끝에 벌어진 한심한 소란〉이라고 비판했다. "5분 30초나 사과 방송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다음 날 사장까지 나와 또 사과한 것은 지나치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나왔으니 '미래 권력'을 의식한 '과잉'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라고 했다. SBS 보도는 잘못이지만 그나마 사과했으니 다행이다. 이건 보수·진보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보도에 대한 언론의 태도 문제 같다.

    ―교육 관련 두 가지 이슈가 있었다. 하나는 안철수 후보의 유치원 발언이고, 하나는 문재인 후보의 수시 축소 발언이다. '유치원 발언 논란'은 4월 11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행사에서 시작됐다. 안 후보가 '대형 단설 유치원을 자제하겠다'고 했는데 일부 매체가 '병설 유치원 자제'라고 보도해 논란이 불거졌다. 단설은 단독 건물을 쓰는 유치원, 병설은 초등학교에 딸린 유치원인데 둘 다 국공립이다. 국민의당이 다음 날 기자들이 잘못 알아들었다고 해명하자 다들 정정 보도했다. 이 유치원 발언이 왜 의미가 있냐 하면, 이 발언 후부터 안 후보 지지율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 발언에 대해 거의 모든 언론이 사흘간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기사로 다루지 않다가 4월 14일 TV 토론에서 얘기가 나오자 15일 자에서 잠깐 언급했다. 병설이든 단설이든 학부모 처지에서는 새로운 유치원에 보낼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국민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야 했다. 또 다른 이슈는 문재인 후보의 '수시는 줄이는데 정시는 늘리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이 이슈는 여러 해석을 낳았지만 아직 명확한 게 없다. 논란이 시작된 건 3월 22일 문 후보가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육 공약을 발표하면서였다. 그때는 '수시는 줄이고 정시는 늘린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수시 선발이 줄고 정시 선발이 늘어난다, 즉 수능 선발 인원이 늘어난다'고 이해했다. 이게 문제가 되니까 문 후보 측이 말을 바꿨다. 수시는 줄지만 정시가 늘어나는 건 아니라고 말이다. 이 이슈가 계속 논란이 되었는데 조선일보는 다루지 않았다. 그러다가 5월 2일 TV 토론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다뤘다. 하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사는 없었다.

    ―〈독자의 글-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5월 12일 오피니언면)는 상당히 의미 있는 편집이다. 반면 5월 10일부터 3일간 연재한 〈문재인 정부, 이렇게 바뀐다〉는 이를 주도할 인물들만 다뤘기에 '독자의 글'보다 덜 와닿았다. '독자의 글'을 더 심도 있게 편집하면 좋을 것 같다. 김윤덕 기자의 칼럼 〈동서남북-엄마들의 '몰표'를 얻고 싶다면〉(4월 20일)은 관점이 좋다. 이런 관점으로 공약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사가 나왔다면 반향이 컸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니까 뭔가 참신하고 새로운 시대가 온 것처럼 기사를 쓰는데 그러면 안 된다. 새 진용에 대해 호평만 하지 말고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새 화두를 던져야 한다. 특히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복심에 맞추는 자리가 아니라, 충돌할 사람을 기용해야 하는데 역대 정권마다 거의 단짝인 사람을 써왔다.

    [미세 먼지 대책]

    LPG 車 늘릴 경우 온실가스 문제도 검토돼야
    모두가 환경 지키는 생활 하도록 주의 환기를

    ―박은호 기자의 칼럼 〈동서남북-에너지 마피아가 LPG車 가로막나〉(5월 1일 오피니언면)를 읽었다. 칼럼에서 지적한 사안들과는 관계없이 따로 이야기 하고 싶은 점이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 택시와 버스의 가스 연료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기에 산업부·국토부·환경부가 합의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이후 2년 동안 미온적으로 나와 무산된 적이 있다. LPG가 미세 먼지를 덜 배출하는 것은 맞는다. 환경부가 LPG 자동차는 아예 미세 먼지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부 자료에는 '0'이라고 나오지만 에너지기술연구소 검사에서는 미세 먼지가 다소 적게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안 나오는 게 아니라, 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동의하는 팩트가 있다. LPG 차는 연비가 낮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가 더 많이 나온다. 우리는 미세 먼지와 온실가스 두 가지 모두에 대응해야 한다. 미세 먼지는 최악의 경우, 참으면 견딜 수 있다. 반면 온실가스는 국제적 압력이 들어오는 사안이다. 어느 것을 우선 처리할 것인지를 정해야 하므로 심각한 문제다. 미세 먼지를 참자는 뜻이 아니라, 미세 먼지는 국내 문제이고 온실가스는 국제 문제임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는 이명박 정부 때 약속했다가 박근혜 정부 때 뒤집어 문제가 되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국제적 비난이 쏟아지고 실질적 제재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문제는 지금 완전히 묻힌 상태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5월 8일자 사설에서 〈미세 먼지, 새 정부 최우선 과제 돼야〉라고 했는데, 미세 먼지를 해결하려면 여러 조치가 한꺼번에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사설에서는 전기값을 올려 발전소 가동을 줄이고 노후 경유차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의식 구조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지금 국민들 생각은 '미세 먼지를 누군가 어떻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이제는 '미세 먼지는 나도 발생시키고 있는 환경 문제'라는 생각을 갖도록 어젠다를 제시하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내용을 거듭해 보도할 필요가 있다.

    [일반 기사들]

    '방준혁' '사시 합격 야구선수' 1면 기사 되나
    '헌혈왕 찜질방 사장' 같은 선행 소개 늘리길

    ―5월 13일 〈넷마블, 코스피 상장 시총 13兆… 49세 방준혁 의장, 10大 부자에〉 기사를 왜 A1~A2면에 걸쳐 크게 실었는지 모르겠다. 게임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게임 중독으로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 하는 청소년이 많고, 아기를 돌보지 않아 죽게 한 젊은 부부도 있다. 혹시 이 회사가 글로벌 회사로 성장해 국익에 도움 되었나 싶어 꼼꼼히 봐도 그런 내용은 없다. 5월 8일 A1면 〈전교 꼴찌→司試 18등… 고교 야구선수의 '14년 집념'〉 기사도 왜 1면에 담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사시 존치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한·일 두 사업가 10년 우정, '영종도 라스베이거스' 열다〉도 4월 21일 A2면에 크게 실렸다. 영종도 카지노가 이렇게 대단한 일인가. 5월 12일 A1면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찬장에 들어서며 조국 민정수석을 바라보고, 뒤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사진을 크게 실었다. 지면 구성이 이상해지고 메시지도 잘 전달되지 않았다. 세 사람을 한 프레임에 넣으려고 무리한 것 같다.

    ―지난 6일부터 나흘간 강원도 강릉과 삼척에서 큰 산불이 났다. 국민안전처가 만든 긴급 재난 정보 앱인 '안전 디딤돌'을 다운받아 실행해보았는데 계속 '(접속이) 너무 많아 실행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떴다. 많은 예산을 들였을 텐데 무용지물이니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최보식이 만난 사람-'청와대 요리연구가' 김막업씨 인터뷰〉는 탄핵 정국에서 언론이 흥미 위주로 마구 쓴 것 중 사실이 아닌 부분을 많이 밝혀냈다. 신동흔 기자의 〈데스크에서-'SBS 사과'의 裏面〉(5월 8일)과 조국 교수의 폴리페서 논란을 다룬 선우정 논설위원의 〈만물상-내가 하면 로맨스?〉(5월 13일)도 잘 읽었다. 5월 6일 〈'녹색 성장 국가 지적재산권' 되살릴 순 없나〉 등 한삼희 논설위원의 환경 칼럼들도 좋다. 칼럼 〈2030 프리즘-오이가 싫어서…〉(4월 29일 오피니언면)도 신선하다. 〈구로구 헌혈증, 이 찜질방 사장이 다 갖고 있다〉(4월 28일 사회면) 같은 기사를 많이 발굴했으면 좋겠다. 보통 사람도 선행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려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