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서 처음 들어보는 '경제 역동성'이란 말

      입력 : 2017.05.19 03:08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경쟁질서를 확립해 경제의 다이내믹스(역동성)를 되살리는 것이 공정위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재벌 역시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다. 재벌개혁은 재벌을 망가트리거나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재벌의 지배구조 수술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을 뜻을 밝혔다. 그는 재벌개혁 의지가 후퇴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한국 경제가 변하고, 세계 경제가 변했다.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고 싶다"고 했다. 시민운동가 시절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그는 재계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쪽에 시종 발언의 초점을 맞추었다.

      김 후보자 말대로 한국 경제에 닥친 최우선 과제는 역동성과 활력을 되살리는 일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재벌개혁도, 경제민주화도 소용없다. 김 후보자는 4대 재벌 위주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나 중소·하도급 업체에 대한 횡포 등을 막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래야 중소·스타트업 기업들이 살아나고 일자리도 생긴다는 것이다. 경제 저성장 국면에서 공정위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경제 활력 회복이 중요하다는 김 후보자의 당연한 발언이 새삼스럽게 들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어느 누구도 이런 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 철학은 반(反)재벌·대기업 색채가 강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공공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민주화에 공약의 초점을 맞추었고, 취임사에서도 '재벌개혁'만 언급했다. 대통령 주변 경제 참모들 입에서도 경제의 '역동성'이나 '활력' 같은 말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대기업에 칼을 휘두를 것으로 보였던 김 후보자 입에서 '경제 역동성'이 나오니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어쨌든 앞으로 진용이 짜일 문재인 정부 경제팀은 경제 활력과 역동성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가짜 아닌 진짜 일자리가 생기고 그 기반 위에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도 가능해진다. 경제가 활력을 갖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규제 개혁과 노동 개혁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도 한정된 지역·분야에서 제한적으로 규제를 푸는 '규제프리존법'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대기업을 옥죄는 것이 경제 정의인 것처럼 여기는 경제 운용은 성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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