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검찰 완전 絶緣하고 특수활동비 없애라

      입력 : 2017.05.19 03:09

      '돈봉투 회식' 파문 당사자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감찰이 끝날 때까지 사표는 수리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새 정부 검찰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2년 뒤 검찰 개혁과 관련한 책을 쓸 만큼 검찰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적폐 중 최고 거악(巨惡)은 검찰일 것"이라고 했다 한다. 상당수 국민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거악이 된 이유는 많겠지만 근본은 대통령들이 검찰을 자신의 충견(忠犬)으로 부려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검찰을 시켜 밉보인 사람들을 공격한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지난 정권에서 청와대 하명 수사 와중에 두 사람이나 자살했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은 얼마 전까지 자신을 부리던 전(前) 대통령을 공격한다. 검찰은 대통령의 칼 노릇을 해주는 대가로 다른 부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특혜를 누려왔다. 권력도 무소불위였다. '우병우 수사'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 검찰 핵심 간부들이 서로 격려하면서 돈봉투를 돌릴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잘못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대통령·검찰의 공생 구조 아래서 통상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지금 새 정부는 공수처를 신설하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해 검찰 권력을 제한한다고 한다. 큰 방향은 맞는다. 그러나 그에 앞서 대통령과 권력기관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으면 어떤 개혁을 해도 '거악'은 그대로일 것이다. 대통령·검찰의 완전 절연(絶緣)은 일차적으로 검찰총장 임명을 사실상 대통령 인사권 밖에 둠으로써 총장이 특정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에만 충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돈봉투는 특수활동비다. 국민 세금인데도 권력기관들이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돈이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특수활동비는 8조5631억원이다. 국정원이 절반가량을 쓰고, 국방부, 경찰청이 1조원 이상씩 사용했다. 법무부는 2662억원, 청와대는 2514억원을 썼다. 국회에도 매년 80억원이 배정돼 상임위원장 등이 나눠 써왔다.

      이 중에서 특수활동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국정원뿐이다. 나머지 기관들은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등의 이유를 대지만 이번처럼 부하 격려금 등으로 사용되는 것이 태반이라고 한다. 일부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개인 자금으로 빼돌린 사례도 적발됐다. 그런데도 각 기관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오히려 특수활동비 규모를 확대했다. 최근 4년간 특수활동비는 매년 증액돼 지난해에는 8870억원으로 늘어났다.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 하나 못 다는 세상이다. 그런데 권력기관이 국민의 세금을 자신들의 쌈짓돈 쓰듯이 하는 행태는 이제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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