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교육 받으니… 5년 걸려 배울 일, 1년 만에 다 익혔어요"

    입력 : 2017.05.19 03:03

    일학습병행제

    1인당 480만원 교육비 지원, 근로자는 실무 익히고 기업은 교육 시간·비용 아껴
    이직률 감소하고 매출도 증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현장에선 별로 통하지 않더라고요. 혼자 다시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습니다."

    윤희수(22)씨는 2015년 상경 계열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이랜드 서비스의 재무행정팀에 입사한 뒤 첫 몇 달 동안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딴 '전산세무자격증' 정도면 일하는 데 충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윤씨는 "'내가 고졸이라 적응을 못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어 자존감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전전긍긍하던 윤씨를 구한 것은 회사가 도입한 '일학습병행제'였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실무형 인재를 기를 수 있도록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정부가 독일·스위스의 도제제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설계한 것으로 2014년 산업 현장에 처음 도입됐다.

    윤씨는 하루 4시간씩 회사와 협약을 맺은 전문 교육 기관에서 세무회계 등을 배우고 실습했다. 그는 "학교에서 배우던 이론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실제 기업 사례를 통해 업무 지식을 익히니 훨씬 이해가 빨랐다"면서 "일학습병행제로 업무에 자신감이 생겼고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현대판 ‘주경야독’을 실천 중인 학습근로자들이 현장 전문 교사들의 지시를 받으면서 기계 설비 작동 실습 수업을 받고 있다. 2014년 도입된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는 근로자는 중소기업의 호응 속에 올해 3만8000여명까지 늘어났다. / 고용노동부 제공
    4만 근로자, 일학습병행 '주경야독'

    일학습병행제로 '주경야독(晝耕夜讀)'하는 학습 근로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일학습병행 근로자는 올해 3월 기준으로 3만8838명에 달한다. 고용노동부가 제도를 처음 도입한 2014년(3197명)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참여 기업도 2014년 2079곳에서 9848곳으로 확대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학습병행제 참여 기업은 학습 근로자 1인당 480만원의 지원금과 교육 강사 비용 등을 지급받는다"면서 "근로자들은 기업 실정에 맞는 실무를 익힐 수 있고, 기업으로서는 신입사원에 대한 직무 교육을 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학습병행제에 대한 기업과 근로자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기업, 기업 현장 교사, 학습 근로자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03점이었다. 교육을 전담할 인력이나 부서를 따로 두기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특히 호응이 크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신입사원은 어깨너머로 직무를 배웠다"면서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전문 강사와 기관에서 현장 직무 교육을 받으니 근로자들이 3년에서 5년 걸려 배울 걸 1년 안에 익힌다"고 말했다.

    일부 중소기업은 신입사원의 회사 적응이 빨라져 이직률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스테인리스 제조업체인 부곡스텐레스는 일학습병행제 시행 후 이직률이 75%에서 19%로 감소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인재 유출을 막고 사원의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업무 능력 향상이 매출 증가로 이어진 기업도 있다. 컨설팅 전문 업체 제이비컴의 경우 매출액이 28억원(2014년)에서 40억원(2016년)으로 늘었다.

    일학습병행제
    "참여 기업 업종도 갈수록 다양해져"

    제도 도입 초기 제조업에 집중된 시행 업종도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지난해엔 유진·BNK·키움·SK·HM투자·한양증권 등 증권사와 인벡스·FG·골든키 등 자산 운용사도 일학습병행제를 시작했다. 올해 초엔 대웅제약 등 의약품 업체도 참여했다. 현재 참여 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기계 분야가 35.5%로 가장 높고 이어 전기전자(14.4%), 정보통신(13.6%) 등의 순이었다.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보완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의 '일학습병행제 성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일학습병행제 참가자의 중도 탈락률은 31.6%로 집계됐다. 유사한 정부 사업인 청년취업인턴제(22.4%),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13.2%), 청년취업아카데미운영지원(9.6%)보다 높다. 고용부 관계자는 "훈련 성과에 따라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산업 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국회 통과 등의 보완책을 통해 일학습병행제가 완전히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