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대학 기숙사에 밤이 오지 않았던 이유는

    입력 : 2017.05.18 11:15 | 수정 : 2017.06.15 17:59

    지난 11일 페이스북 '청주대 대신 말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글./인터넷 캡쳐
    지난 11일 새벽 2시에도 찬란했던 청주대 기숙사 모습이다. 영화 ‘치즈인더트랩’ 촬영 때문이었다. 청주대 기숙사에 따르면 이날 촬영은 학생 600여명이 머무르는 건물 옆에서 진행됐다 한다. 사진을 보면 기숙사 창문엔 커튼도 없다. 학생 대부분은 북방 민족 출신이 아니니 백야(白夜)마냥 밝은 밤에 익숙할 리도 없다. 실제로 이날 적잖은 학생이 밤새 타오른 조명 때문에 잠을 설쳤다 한다.
    지난 11일 페이스북 '청주대 대신 말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글./인터넷 캡쳐
    물론 언질 한번 없이 막 나간 촬영은 아니었다 한다. 영화 제작사는 “미리 기숙사에 계신 분들께 기념품을 돌리며 양해를 구했고 공지와 안내방송도 했다”며 “하지만 학생분들이 많다 보니 미처 연락을 받지 못한 분들도 계셨고, 그런 분들이 특히 불편해하셨던 듯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리 알고 당하더라도, 낮도 낮이고 밤도 낮인 건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청주대 기숙사 관계자는 “실제로 다수 학생이 기숙사 쪽에 여러 차례 항의했다”며 “야간 촬영 공지를 받았어도 이 정도로 불편하리라 생각지는 못했던 학생도 있던 듯하다”고 했다. 청주대 본부 관계자는 “영화사와 상의해 학생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기숙사 커튼 설치를 고려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청주대 건이 아니더라도, 인공적인 빛 때문에 생태계가 괴로워지는 ‘빛공해’는 꽤 심각한 문제다. 별빛을 찾지 못한 철새가 길을 잃고 닭과 매미가 밤에 우는 등, 생물이 빛공해에 노출되면 온갖 기현상이 벌어진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불면증은 기본이고, 면역력과 성 기능, 근력 향상 등과 연관이 있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며 육신이 곯게 된다.

    이처럼 피해가 큰 공해다 보니 국내에도 이를 규제하는 법이 있다. 국회는 지난 2009년 9월 빛공해 방지법을 발의했고, 이 법은 2012년 2월 1일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으로 공포돼 이듬해 2월부터 시행됐다.

    문제는 이 법이 ‘고정적 인공조명’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거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처럼 쭉 옮겨다니며 조명을 뿌리는 상황은 법의 계산 밖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 시행령’을 보면 조명기구로 지정된 설비는 가로등, 옥외광고물 등 한 자리에 붙박인 설비들이다. 이번에 청주대 기숙사 학생처럼, 일시적인 조명 설비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는 법으로도 보호받을 수 없다.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 시행령 중 조명기구의 범위 전문(全文)./국가법령정보센터
    서흥원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실제로 현행법에서는 고정적인 조명설비만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며 “법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장차 법을 보완해 영화나 드라마 촬영 등 일시적 조명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도 고려에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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