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평생 백수' 위기의 청년들

    입력 : 2017.05.18 03:06

    금원섭 경제부 차장
    금원섭 경제부 차장

    취업 준비생 김씨는 올해 30세다. 대학 때 막노동으로 등록금을 버느라 2년간 휴학한 탓에 구직도 그만큼 늦어졌다. 대학을 마치고 2년간 아르바이트하며 수없이 도전했지만 아직 직장을 못 구했다. 김씨는 "취업 한 번 못한 채 늙어가는 '평생 백수'가 될까 봐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했다.

    지난달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11.2%로 4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3.6%나 된다. 수입이 적은 아르바이트 일자리라도 하나 더 구하고 싶지만 그런 기회조차 갖지 못한 사람 등을 포함하면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라는 얘기다.

    올해부터 생산 가능 인구가 줄기 시작하는 것을 근거로 청년 실업 문제도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가 나오고 있다. 낙관론을 펴는 사람들은 요즘 청년 구인난을 겪는 일본을 예로 든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은 일본과 다르다. 일본은 50~59세 취업률이 높아 이들이 은퇴한 빈자리에 청년층이 취업할 기회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또 일본은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75~83% 수준이라 괜찮은 직장이 제법 많지만,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이 대기업의 62%에 불과해 젊은이들이 선뜻 들어가겠다고 할 만한 직장이 적은 편이다.


    서울시내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 한명이 취업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조선일보 DB
    세계 각국의 사례를 보면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초기에는 실업률이 오히려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저성장에 따른 수요 위축과 인구 감소가 겹친 탓이다. 우리도 비슷한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선 생산 가능 인구 감소가 청년 실업 해소로 연결되는 시기가 2025년 전후로 전망된다. 향후 7~9년은 청년 취업 빙하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가장 문제 되는 연령층은 현재 25~34세 청년들이다. 이들은 몇 해 안에 직장을 못 구하면 나이만 많고 경력은 없다는 이유로 고용 시장에서 외면당하다가 '평생 백수'가 돼버릴 우려가 있다.

    이런 '평생 백수' 공포에 직면한 청년이 최대 141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작년 25~34세 청년 중 실업자가 34만4000명이었다. 또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이가 19만7000명이었다. 취업 준비만 했다는 사람도 32만3000명이었다. 일용직이 다수인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54만8000명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공약으로 '고용 할당제'를 내걸었다. 민간 기업들에 직원의 3~5%를 청년으로 채우도록 주문하고, 이를 어기면 분담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벌써부터 "청년 일자리를 억지로 만들 수는 없으니 차라리 분담금을 선택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어 정책 효과가 있을지 걱정스럽다.

    젊은이가 직장에 들어가 경험과 기술을 쌓을 기회를 놓치면 개인의 불행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 인적 자원을 잃는 게 된다.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 수준의 결단과 양보가 필요할 수도 있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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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실업률 11.2%… 역대 최고로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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