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만들고 대통령 곁을 떠나는 '文의 남자들'

    입력 : 2017.05.17 03:05 | 수정 : 2017.05.17 13:04

    [문재인 정부]

    양정철 "잊힐 권리 달라" 최재성 "비켜 있겠다" 백의종군 선언

    - 대통령이 눈물로 배웅한 양정철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이란 공격 당해 그동안 괴로웠다… '3철'같은 낡은 언어 거둬달라"
    조만간 뉴질랜드로 출국

    - '文의 호위무사' 최재성 前의원
    "난 권력 만들 때 어울리는 사람… 인재 넘치니 한명쯤 빈손 괜찮아"

    일각 "대통령 SOS 땐 다들 올 것"

    문재인 대통령 핵심 참모들이 하나둘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0일 "제 할 일을 다했다"며 출국한 데 이어,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도 16일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시민으로 조용히 지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당대표이던 때에 측근으로 활동했던 최재성 전 의원도 이날 "비켜 있겠다"고 했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갔을 때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찍은 사진.
    文대통령과 히말라야 함께 갔던 양정철 -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갔을 때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찍은 사진. /유튜브 캡처
    양 전 비서관은 이날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그분(문 대통령)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며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한다"고 했다. 양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에 문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수족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이 정계에 발을 들이며 냈던 책 '운명'에서 그에 대해 특별히 감사한다고 쓰기도 했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 이호철 전 수석과 함께 '3철'로 불렸다. 여권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과 양 전 비서관의 관계를 "피만 나누지 않았지 형제보다 가까운 사이"라고 했다. 양 전 비서관은 대선 후 청와대 총무비서관, 주요 부처 차관, 공공기관장 등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양 전 비서관은 메시지에서 "정권 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이라는 건 괴로운 공격이었다"며 "묵묵히 도왔을 뿐 비선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친노 프레임이니 3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달라"면서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이니 잊힐 권리를 허락해달라. 문 대통령을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양 전 비서관은 전날 저녁 청와대 관저에서 문 대통령과 만찬하며 백의종군 의지를 밝혔고, 문 대통령은 눈물을 보이며 수용했다고 한다. 양 전 비서관은 뉴질랜드로 떠나 한동안 머물 계획이라고 한다.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최재성(왼쪽) 전 의원과 이호철(오른쪽)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최재성(왼쪽) 전 의원과 이호철(오른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남강호 기자·국제신문 제공
    한때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도 불렸던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한 명쯤은 빈손으로 있는 것도 괜찮다"며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최 전 의원은 문 대통령 당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으며 작년 총선 때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문 대통령에 힘을 실어준 측근이다. 이번 대선에선 상황본부 1실장을 맡아 인재 영입을 도왔다.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 하마평이 있었다. 최 전 의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권력을 만들 때 어울리는 사람"이라며 "대통령에게 신세 지는 것은 국민께 신세 지는 것인데, 이번 대선 과정에서 국민께 진 신세를 조금이라도 갚는 길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어떤(뭔가를 맡아달라는) 말씀을 하시기에 꼬박 이틀을 생각했다. 인재가 넘치니 원래 있던 한 명쯤은 빈손으로 있는 것도 괜찮다고 제 마음을 드렸다"고 했다.

    지난 10일 '3철' 중 가장 먼저 한국을 떠난 이호철 전 수석은 부인과 함께 동유럽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수석과 가까운 부산 출신 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정부가 끝나자마자 교사였던 이 전 수석 부인은 학교를 그만뒀고 두 사람이 아파트 전세금까지 빼서 해외로 나갔었다"며 "이번에도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말자'는 생각에 한국을 떠난 것"이라고 했다.

    전해철 의원은 법무 장관 하마평에 올라있지만 측근들은 "동지들이 뒤로 빠지는 상황이라 전 의원도 자리를 맡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들과 가까운 한 지인은 "이명박 정권 출범기 때 류우익 당시 서울대 교수가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하고 며칠 만에 돌아와 비서실장을 맡은 적이 있지만 이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임기 어느 시기에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해 SOS를 치면 모를까 그전에는 권력 핵심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권(與圈)에서는 "밖에 있더라도 실세(實勢) 논란이 일 수밖에 없을 정도의 측근들이어서 (계속 밖에 있는 것이)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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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대통령 최측근 양정철 "잊혀질 권리 허락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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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성 "인재 넘치니 저는 비켜 있어도 무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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