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건설사에 철퇴… 국가가 소송 걸어 27억 첫 환수

조선일보
입력 2017.05.17 03:05

[정부 발주공사서 부당이득 챙긴 SK건설·대림산업에 승소]

법무부, 국고손실환수팀 만들어 총 6건 457억 배상 청구끝 개가
"향후 담합 근절에 큰 영향줄듯"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김동아)는 지난 2011년 포항 영일만항 방파제 공사 공개 입찰에서 담합을 한 SK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법무부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건설사들이 총 35억원을 배상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법원은 SK건설이 14억원, 대림산업은 13억원, 현대산업개발은 8억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SK건설과 대림산업은 법원의 화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손해배상액이 확정됐다.

화해 결정에 2주간 이의 제기가 없으면 확정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갖는다. 법무부가 국가를 대표해 입찰 담합으로 부당 이득을 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첫 배상 결정이 나온 것이다. 〈본지 2015년 11월 14일 A1면〉

법원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일단 이의를 제기했지만 '다른 회사가 이의 제기를 안 하면 철회할 예정'이라는 조건을 단 상태여서 이의 제기를 취소할 가능성이 높다.

SK건설 등은 지난 2011년 1185억원 규모의 방파제 공사 입찰에서 담합을 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드러났다. 입찰일을 나흘 앞두고 3개 회사 실무진이 서울의 한 찻집에서 만나 투찰액을 협의했고, 그 결과 3개 회사의 투찰액 차이는 1억원이 채 안 됐다. SK건설이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내 공사를 따낸 뒤 일부 공사를 대림산업과 나눠 진행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5년 10월 제기됐다. 국가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부가 정부 발주 공사에서 입찰 담합으로 부당 이득을 본 기업에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건설사가 담합을 해 추가로 얻은 공사 대금, 즉 세금을 국가가 직접 나서 환수한 첫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며 "담합 행위 근절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국고(國庫) 손실 환수 송무팀을 만들어 지금까지 6건의 입찰 담합 관련 소송을 냈다.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한 금액은 총 457억원이며 대규모 도로·방파제·건물 공사에서 담합 행위가 적발된 건설사들이 주요 소송 대상이다.

지난해 3월에는 군용(軍用) 건빵을 납품하면서 담합을 한 업체 4곳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올해 1월에는 건설용 자재를 납품하면서 담합을 한 중소업체 40여개를 상대로 24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배상 결정을 계기로 법무부가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무부는 소송을 낼 때 건설사들이 얻은 부당 이득 규모를 총공사 금액의 10분의 1 정도로 추정해 손해배상 청구 금액(117억원)을 정했다. 그런데 부당 이득 액수를 정확하게 산출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법원이 정한 배상액이 117억원의 3분의 1가량인 35억원에 그친 것도 그 같은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소송에서는 감정인(鑑定人)을 지정해 감정 작업을 하고 있다"며 "입찰 담합으로 얻은 이익금 규모를 정확히 산정하는 문제를 학계와 함께 꾸준히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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