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돋보기] 랜섬웨어 시대의 톨스토이

    입력 : 2017.05.17 03:07

    어수웅 문화부 차장
    어수웅 문화부 차장
    사상 최대 사이버 공격으로 전 세계 150개국이 피해를 보았다는 랜섬웨어 사건 와중에 이색 뉴스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인터넷을 금지한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였다.

    지난해 문을 연 커피 프랜차이즈 '핫블랙(HotBlack)'. 호두나무 원목 테이블과 레몬퍼피 머핀 등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최신 트렌드를 모두 갖췄는데, 단 하나가 없다고 했다. 무선 인터넷 와이파이(Wi-Fi)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얼굴을 파묻는 대신 손님들이 서로 대화하기를 원했다"는 게 이 집 사장의 설명이다.

    과연 지속 가능한 시도일까. 뉴욕에서 인터뷰했던 한 소설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장편 '인생수정'으로 전미도서상을 받고, '인터넷 시대의 톨스토이'라는 별명을 얻은 미국 작가 조너선 프랜즌(58)이다. 그의 창작 원칙 중 하나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작업실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는 어렵다'는 것. 가끔은 정보 검색을 돕는 '천사'지만, 대부분의 경우 집중력 저하와 몰입 방해, 그리고 극도의 생산성 하락을 빚는 '악마'라는 주장이다.

    2016년 4월 26일 한국을 찾은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와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가 롯데호텔에서 만나 인간의 미래에 대해 대담을 가졌다. /조선일보 DB
    대화는 잠시 논점을 일탈하며 '인터넷 유혹에 대처하는 작가의 자세'로 빠졌는데, 프랜즌의 고백이 눈물겹다. 지금처럼 무선이 아니라 유선이던 시절에는 노트북의 랜선 입구를 진흙으로 틀어막으며 저항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처럼 인터넷 유혹에 취약했던 이 인간적인 작가는 "인터넷은 모두 자아에 관한, 자아가 원하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서 "쏟아지는 모든 뉴스와 정보, 나쁜 오락물들로부터 피난처가 될 책을 써내려면 일종의 '고립'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주지하다시피 이제는 와이파이 없다고 접속 불가능한 세상이 아니다. 돈만 내면 공기처럼 쓸 수 있는 데이터는 시간·장소 상관없는 스마트폰 세상을 열었다. 토론토의 '핫블랙' 역시 어쩌면 임시방편. 그나마 관건은 단호한 결의일 것이다. '견고한 고립'을 스스로 결심하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인터넷 시대의 톨스토이'를 한 명 더 소개한다. 이스라엘의 석학, 히브리대 유발 하라리 교수. 마침 이번 주에 신간 '호모 데우스'가 번역 출간됐다 . 중세 전쟁사를 전공한 역사 학도가 현대 과학의 최신 성과를 자유자재로 누비며 과거를 압축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을 때 그는 '이 이야기를 해도 되나' 싶은 표정을 잠시 지었다. 답은 곁가지에서 허우적대지 않고 핵심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 자신의 경우 그 능력은 '명상'에서 온다고 했다. 스마트폰 끊고 하루에 두 시간씩, 그리고 마치 동안거(冬安居)처럼 매년 한 달씩 수행한다는 견고한 고립.

    현대인은 온갖 외부 자극 때문에 집중력을 강탈당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 사이버 아마겟돈이라는 랜섬웨어 사건보다 중요한 건 당신이 인터넷 유혹에 맞서 집중력을 유지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 여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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