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대통령 곁에 주치의? 군의관이 답이다

    입력 : 2017.05.17 03:08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부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것은 없애고, 새 시대에 맞는 직제를 만들자는 의도지 싶다. 이와 관련해 이제 사라져야 할 자리가 대통령 주치의다. 대학병원의 명망 있는 의사를 골라 주치의로 임명하는 이 제도는 대통령의 건강 관리와 의무 지원에 실질적인 효용성이 없다. 왕조 시대 어의(御醫)를 떠올리는 권위주의 냄새마저 물씬 난다. 차관급 지위로 한 달에 두어 번 대통령 얼굴 보는 상징적인 벼슬일 뿐이다.

    대통령 건강은 현직 군의관인 청와대 의무실장과 산하 의무팀이 챙기는 것이 맞는다. 미국도 군의관이 실질적으로 주치의 임무를 하며 '화이트하우스(백악관) 닥터' 역할을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 때는 응급의학과를 전공한 해군 제독이 맡았다. 그 아래에 4~5명 분야별 군의관을 두어 미니 종합병원과 응급 대응팀을 수행한다.

    청와대에 그와 유사한 조직이 있으니, 확대 정비하면 된다. 만약 대통령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면, 의무실에서 구성한 분야별 자문위 의대 교수들에게 맡기면 된다. 이게 정상적인 대통령 의무 지원 체계라고 본다. 이전에는 유명 의과대학들이 대통령 주치의를 서로 가져오려고 경쟁을 벌이고, 인맥과 비선을 통한 로비도 벌였다. 그런 후진적 행태가 있었기에, 지난해 보안에 해당하는 대통령 의무실 약물 리스트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2016년 12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위 3차 청문회에 함께 증인으로 나온 서창석 전 대통령 주치의(현 서울대병원장·왼쪽부터)와 이병석 전 대통령 주치의(현 세브란스병원장),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 사진)이 얼굴을 가까이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일보 DB
    대통령이 1년에 한 번 받는 건강검진도 원컨대 이제는 국군수도병원에 가서 하길 바란다. 명색이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장병과 장교들이 치료받는 군 병원을 놔두고, 유명 대학병원을 이용한다면 통수권자로서의 영이 서겠나 싶다. 미국도 대통령이 군 병원 가서 암 수술도 받고 건강검진도 받는다. 우리도 그러려면 낙후된 군 병원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지난 2015년 DMZ 목함지뢰 폭발 사건 때, 다친 병사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실질적인 치료를 받았고, 재활은 중앙보훈병원에서 받았다. 군인이 총상을 입으면 민간병원으로 가는 게 우리 현실이다. 아픈 군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다면, 국군의 수치다. 군 병원이 최고 수준 대학병원급으로 우수하여 대통령 가족도 아프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안심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게 된다.

    대통령 주치의 대신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자리가 이른바 공중보건 의무감이다. 보건상 중요한 이슈에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사회적으로 독립되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서전 제너럴(Surgeon General· 공중보건 사령관)과 같은 자리다. 미국은 100여 년 전부터 절반은 군인, 절반은 공무원 같은 자립적인 지위의 공중보건 의료 인력을 키웠다. 그 대표 격이 서전 제너럴이다.

    갈수록 감염병 확산 우려는 커지고,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암과 치매는 더욱 번성하고, 생물 테러 위험 또한 도사리고 있다. 보건은 안보라는 명제 아래, 이제 대통령 옆에 있어야 할 의사는 명망 있는 주치의가 아니라 공중보건 의무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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