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정규직 전환+α' 달라는 민노총에 일침

    입력 : 2017.05.16 02:21

    [문재인 정부]
    인천공항 방문 때 "노동자들도 한번에 다 받아내려 하지 말라"

    민노총, 처우 개선까지 요구하며 협상 테이블 만들어달라고 하자
    文대통령 "勞使政 대타협 거쳐야"… 기재부는 公共 비정규직 조사 착수

    - 인천공항엔 '2개의 노조'
    정규직 한노총, 비정규직은 민노총… 고용 전환땐 민노총 이탈자 나올듯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 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공공 기관의 예산·운영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실행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기재부는 17일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은 10개 공공 기관 담당자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고 실태부터 조사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로드맵 작성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비정규직 급여를 정규직 수준으로 올리는 것보다 신분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정규직의 급여를 단기간에 정규직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보다는 신분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다양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정부 부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용 형태인 '무기계약직'도 급여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신분이 보장돼 사실상 정규직으로 볼 수 있다. 자회사를 설립해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뽑는 방법도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 것은 비정규직 근로자와 간담회가 막 끝난 상황에서였다. 민주노총 인천공항 지부장인 박대성씨가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며 불쑥 손을 들고 일어나 질문을 던졌다. 그는 강한 어조로 "간접 고용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뀐다고 끝이 아니다. 약속을 받고 싶다. 정부,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같이 정규직 전환을 논의할 테이블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앉아 차분하게 답했다.

    "우리가 앞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나가겠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게 기업들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노동자들도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임금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통해 노사정이 함께 고통을 분담하며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말을 끝내려다 한마디 덧붙였다. "노동자들께서도 한꺼번에 다 이렇게 받아내려고 하진 마십시오.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합니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정부 관계자는 "노조 요구를 한없이 받아줄 줄 알았는데 선을 긋고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며 "대통령이 '노조도 좀 욕심을 버리라'고 훈계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서울시와 국회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용역 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절감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도 연 630억여원을 용역 업체에 수수료로 주고 있는데 정규직화하면 이 돈을 처우 개선 등에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이후 인천공항 안팎에선 민주노총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전격 방문해 힘을 실어준 것은 고맙지만 생각지 못한 쪽으로 일이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대 비정규직 사업장인 인천공항에 공을 들여온 민주노총 입장에선 조합원 이탈도 예상된다. 현재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은 한국노총, 비정규직 7000명(현 인원) 중 2500여 명은 민주노총 소속이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이후엔 노동계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취임 2주년 국정 연설에서 "정규직에 대한 강한 고용 보호를 양보하지 않고 비정규직의 보호만 높여 달라고 한다면 해결의 길이 나오지 않는다"며 "연대 임금제나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제안 없이 어떻게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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