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하는 성철 스님 보실래요?"

    입력 : 2017.05.16 03:04

    韓 작가로 印 국립미술관 첫 전시… 김호석 수묵화가

    김호석(60)은 직접 만든 한지 위에 먹을 갈아 그린다. 종이 뒷면에 물감을 칠해 배어나게 하는 배채법(背彩法)을 실현한다. 그림 소재도 다양하다. 성철, 법정 등 큰스님들과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비롯해 시골 촌부의 얼굴, 개미 같은 작은 곤충들도 화폭에 담는다.

    그가 인도로 간다. 인도 뉴델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달 20일부터 6월 25일까지 개인전 '빛 속에 숨다'를 연다. 작가의 30년 화업을 망라한 것으로, 대표작 53점과 개미, 벌, 붕어 등 미물(微物)을 소재로 한 신작 30점을 선보인다.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 작가의 개인전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황희 정승 초상을 보여주는 김호석 화백.
    황희 정승 초상을 보여주는 김호석 화백. /이진한 기자
    전시를 앞두고 15일 만난 김 화백은 "먹을 절제하고 형상을 줄이는 것, 빈 공간이 많은 것이 내 그림의 특징이다"며 "명상을 중시하는 인도인들이 내 그림에서 여백의 의미를 잘 읽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는 전북 정읍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부터 바지저고리를 입고 머리를 땋은 채, 상투 튼 조선 선비에게 그림을 배웠다고 한다. 홍익대를 졸업한 그는 "유화·조각 등을 다 접해봤지만,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정신을 그리는 수묵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얼굴 씻는 성철 스님 뒷모습을 담은 수묵화.
    얼굴 씻는 성철 스님 뒷모습을 담은 수묵화. /김호석

    정약용, 성철 스님 초상화로 유명해진 김호석의 화풍은 독특하다. 얼굴을 사진 찍듯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는다. 성철 스님 세수하는 뒷모습이나 누워 있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얼굴과 표정을 정확히 묘사하는 것보다 상대와 내가 감정이입돼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어요. 미술사적으로 새로운 초상화를 그려보고 싶었죠." 성철 스님을 그리기 위해 그는 스님의 모든 저서를 읽고 수행했던 산사를 돌며 공부했다. 법정 스님도 그린 김 화백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맑은 것을 나눠줄까 하는 배려의 눈빛이 있지만 투철하면서도 사나운 면도 가지고 계셨다"며 빙그레 웃었다.

    김호석은 인물의 얼굴색을 그가 태어난 마을에서 채취한 흙으로 칠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사람과 그가 태어난 곳의 흙은 결국 같은 뿌리니까요. 내가 두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이 예술의 텃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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