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정규직으로" "안해주면 파업"… 봇물 터진 비정규직

    입력 : 2017.05.15 03:03

    서울대 非학생조교들 "準정규직 대우를" 오늘부터 파업
    집배원·학교급식보조원·간호조무사들도 "정규직 전환을"
    車·조선업 등 민간 제조업으로 번지면 勞勞충돌 가능성도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1만명 전원을 연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자 "우리도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학 조교, 집배원, 급식보조원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정규직 채용 등 처우 개선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잇따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곳곳에서 "우리도 정규직 길 터달라"

    서울대 '비(非)학생조교' 250여 명은 12일 "정규직에 준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를 학교 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15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학생조교'는 학생 신분이 아닌 조교들로 구성돼 있는데, 그동안 1년 단위로 학교 측과 계약을 맺어 교무·학사 등 학내 행정과 관련된 일을 하다 지난해 12월 학교 측과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 전환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임금도 정규직의 95% 수준으로 맞춰달라'고 요구, 학교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관련 공약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현황 외
    한국노총은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우체국 택배원 등 8500명 계약직을 정규직화해달라"고 주장했다. 노총 관계자는 "특히 계약직 집배원의 경우엔 정규직과 거의 동일한 업무를 하는 만큼 공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 교무 보조, 급식 보조원 등 15만명이 소속된 민주노총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도 지난 12일 "다음 달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해 정규직 쟁취 투쟁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일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한 근로자들이‘지금 당장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피켓을 일제히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밝힌 이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한 근로자들이‘지금 당장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피켓을 일제히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간호조무사들은 "우리도 간호사처럼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했다. 최종현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이사는 14일 본지 통화에서 "간호사는 대부분 정규직으로, 간호조무사는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게 현실"이라며 "공공 병원부터 간호조무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약 70만명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고, 이 중 18만여 명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자 간호협회 측은 "간호사들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호조무사만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밝혔다.

    "민간 부문 노사 갈등 심화 우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요구가 "앞으로 자동차·조선업 등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민간 제조업 분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울산·경남 등 자동차와 조선업이 밀집한 지역의 노동단체 등에선 우선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을 계기로 대기업의 사내 하도급과 협력 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 개선 문제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는 공공부문과는 달리 민간부문에선 사측과 기존 근로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서울대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대통령 방문 이틀 만인 14일에 좋은일자리창출 TF팀을 만들고 "석 달 뒤인 8월 중순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실상 공공기관 성격의 서울대조차 비학생조교 측의 주장에 대해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정부가 경영 평가 등을 통해 정규직·비정규직 문제에 관여할 순 있지만 다른 기관이나 민간에는 강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사내 하도급이나 협력 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해 인건비를 절감해왔던 자동차·조선업 등 제조업 업체에선 기업 생존 측면에서도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앞으로 노조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인천공항 사례처럼 해달라고 하면 노사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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