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비 비싸 미안하다던 딸… 3년만의 귀향

    입력 : 2017.05.15 03:10

    [금니·가방 등으로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 추정]

    - '배 45도 기울어' 마지막 문자
    전교 1등… 수학 좋아한 소녀… 애교 많아 눈뜨면 엄마에 뽀뽀

    - 커져가는 기대감
    양승진 교사 아내 "스승의 날 남편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

    "은화야, 돌아와 줘서 다행이다."

    14일 전남 목포 신항에서 만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조은화(당시 단원고 2학년)양의 어머니 이금희(49)씨는 우는 듯 웃는 듯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2학년 1반의 유일한 미수습 학생인 조은화양이 어린 시절 어머니 이금희씨와 찍은 사진.
    엄마의 자랑이었던 딸 - 2학년 1반의 유일한 미수습 학생인 조은화양이 어린 시절 어머니 이금희씨와 찍은 사진. /이금희씨
    이씨는 노란 리본을 들고 있었다. 전날 조양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경남 거제시에서 왔다는 한 남학생이 전한 것이다. 그는 "제 또래인 은화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울었다고 한다. 이씨는 리본을 손에 꼭 쥔 채 "축하할 일이 아닌데도 축하받는 상황"이라며 "아직도 우리 은화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있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 맹골 수도에 침몰했다. 2014년 10월 29일 295번째 시신이 수습됐다. 그로부터 약 31개월 만에 구체적인 신원이 추정되는 미수습자 유해가 발견된 것이다. 조양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된 장소는 사고 당시 여학생들이 머물렀고, 조양이 마지막으로 목격됐던 곳이다. 지난 11일 같은 곳에서 조양의 가방이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수습된 유해의 치아엔 금니가 있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신원 확인을 위해 사고 직후 치과 치료 기록 등을 정부에 제출했었다. 또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수습된 유골은 청바지 안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미수습자 가족은 "마지막으로 목격될 때 (미수습자인) 허다윤양은 트레이닝복을, 조은화양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며 "조양 유해일 확률이 높은 것 같다"고 했다.

    조양은 어릴 때부터 가족의 자랑이었다.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우등생이었고, 수학을 좋아해 회계 공무원을 꿈꿨다고 한다. 11일 발견된 조양의 가방에는 색색의 볼펜이 빼곡했다. 평소에 애교도 많아 아침에 일어나면 어머니에게 뽀뽀부터 하던 딸이었다. "수학여행 비용 32만7000원이 너무 많아 미안하다"고 말하던 딸의 말을 떠올리면 이씨는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평소 가족에게 수시로 문자를 하던 조양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사고 당일 '배가 45도 기울었어'라는 것이었다. 사고 직후 '전원 구조' 소식을 들은 이씨는 '놀랐을 딸을 달래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진도로 내려갔다. 딸을 다시 만나기까지 3년이 넘게 기다려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그는 "은화가 전교 1등 했을 때, 혹시 큰아들이 여동생이랑 비교당한다고 생각할까 봐 은화에겐 칭찬 한번 안 해줬다"며 "이렇게 일찍 떠나보낼 줄 모르고 '너무 고맙다'는 말을 아꼈던 게 계속 후회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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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4·16 기억교실’2학년 1반 게시판에‘미수습 학생 1명, 희생 학생 17명, 생존 학생 19명’이라고 새겨진 문구가 보이고 있다. 기억교실은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이 공부하던 교실을 복원해 놓은 곳이다. 조양 등 단원고 소속 미수습자 6명의 책상은 단원고에 그대로 남아 있다. /뉴시스
    이씨는 평소 미수습자 가족이 아니라 은화의 시신을 찾아 '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딸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는 소식에도 얼굴을 펼 수 없었다. 1000일 넘게 팽목항과 목포항에서 함께 기다리는 다른 미수습자 가족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금 말고 (미수습자 9명 유해를) 다 찾고 아홉 가족 모두 함께 울자"며 "내가 안 떠나고 나머지 가족과 함께 기다려야 우리 은화가 '역시 우리 엄마답다'고 할 것 같다"고 했다.

    조양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은 "우리 가족도 찾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과 "우리만 남으면 어쩌나"라는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53)씨는 14일 아침 면도를 깔끔하게 했다고 한다. 허씨는 "사람이 많은 곳을 본격적으로 수색하고 있으니 곧 다윤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며 "혹시나 다윤이가 나왔다가 수염 기른 나를 못 알아보면 안 되니까 면도도 했다"고 말했다. 양승진 단원고 교사의 부인인 유백형(56)씨는 남편의 생전 치과 기록을 다시 꺼냈다. 전날 치과 기록을 통해 유해 신원을 추정했다는 말을 듣고, 혹시 유해가 발견되면 빨리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유씨는 "세월호가 결혼기념일인 3월 23일 다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던 것처럼, 스승의날(15일)에는 남편이 나올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9인
    세월호 미수습자 9인 - (위 왼쪽부터)조은화·단원고 2학년(13일 추정 유골 발견), 남현철·단원고 2학년, 박영인·단원고 2학년, 허다윤·단원고 2학년, (아래 왼쪽부터)고창석·단원고 교사, 양승진·단원고 교사, 이영숙·일반인, 권재근·일반인, 권혁규·권재근씨 아들.
    수색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색 현장에선 철판을 자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14일엔 선체 5층에서 4층 중앙 부분에 접근하기 위해 구멍을 뚫는 작업이 진행됐다. 현장에 투입된 용역 업체 직원 50여 명은 크레인 등으로 구역마다 쌓인 진흙을 파냈다. 썩은 진흙 냄새가 세월호 주변에 진동했으나, 누구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수색팀은 이날 사람뼈로 추정되는 뼛조각 4점을 발견했고, 가방·의류·핸드폰 등 기타 유류품 44점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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