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文 대통령을 시험대에 올렸다

조선일보
입력 2017.05.15 03:12

어제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일 만에 감행한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은 어느 때보다 위력적이다. 고도 2000㎞까지 올라간 미사일의 최대 가능 사거리는 5000㎞ 안팎으로 분석됐다. 고각(高角) 아닌 정상 발사됐다면 미국의 알래스카주 일부가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 발사된 무수단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가 3500㎞였던 것에 비해 크게 진전됐다. 미 칼빈슨 항모 전단이 여전히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는 중에 이뤄진 이번 도발은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미국을 향해 자기의 길을 갈 테니 자신과 협상하려면 양보하라는 것이다.

김정은이 미국을 겨냥한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우리를 공격할 미사일은 이미 개발이 끝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과 한반도 주도권을 놓고 담판을 벌이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겉으로는 미국을 겨냥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를 노리는 매우 심각한 위협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개발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했다. 사드에 부정적인 문 대통령은 주한 미군 사드 없이도 국토 방위가 가능하도록 KAMD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KAMD는 미국 MD에 편입되지 않고, 우리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말한다. 그 핵심은 사드보다 낮은 고도 40~60㎞에서 종말 단계 요격을 담당하는 L-SAM이다. 하지만 L-SAM은 차질 없이 개발된다고 해도 2023년 초반에야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 L-SAM을 뚫은 북 미사일은 천궁 요격 체계와 PAC-3가 막게 돼 있는데, 그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 KAMD 체제가 완료되려면 앞으로도 최소한 6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문 대통령의 임기 중엔 주한 미군 보호용으로 도입된 사드 시스템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사드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시스템이다. 문 대통령은 북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최소한 KAMD가 완비되기 전까지는 사드의 효용성을 인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기술력으로 단기간에 사드를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한 이상, 백해무익한 논란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날로 진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책인 사드 문제로 내분을 겪는 것은 적전(敵前) 분열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북은 중국이 야심 차게 준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 포럼 개막식에 맞춰 미사일을 쏘았다. 명백하게 한·중 양국을 동시에 겨냥한 택일이다. 문 대통령이 보내는 대중(對中) 특사단은 사드는 우리가 원한 것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설득해야 한다. 사실이 그렇다.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의 입장은 같을 수 없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시험대에 올렸다. 문 대통령이 안보 문제에서만큼은 정치적 견해를 벗어나 현실에 바탕을 둔 전략과 전술로 국민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것이 문 대통령이 천명한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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