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CIA와 韓 국정원

조선일보
입력 2017.05.13 03:13 | 수정 2017.05.13 05:52

미 정부가 10일(현지 시각) 중앙정보국(CIA) 내에 북핵(北核)을 전담하는 '한국 임무 센터(Korea Mission Center)' 설립 사실을 공개했다. CIA 출신 한국계 대북 전문가가 지휘하는 이 조직에는 국가정보국(DNI), 국방정보국(DIA),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재무부 요원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CIA가 특정국을 대상으로 한 기구를 만든 것도 처음이고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미국이 대북 정보 수집에 전력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정보기관 수장들은 11일 미 상원 정보위에 출석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현 시점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라고 했다. 미 정보기관 예산은 웬만한 선진국 국방 예산보다 많고 그중 CIA 한 곳 예산이 100억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다. 미 정보기관들은 위성·감청·해킹 등 수많은 감시 자산을 동원하고도 정확한 북한 핵·미사일 정보를 획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CIA 내 KMC는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망(網) 확보, 적극적 첩보 공작 등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부의 한쪽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와중에도 물밑에서 상대의 의도와 위협 요인을 은밀하게 탐지하는 것이 정보기관 본연의 사명이다.

문재인 정부 첫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 실무를 총괄했던 사람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서 후보자도 첫 일성으로 "지금 남북 정상회담은 시기상조지만 조건이 성숙되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북핵 해결에 필요하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일을 맡을 기관은 국정원이 아니라 통일부다. 그 일을 하라고 존재하는 게 통일부다. 국정원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정보를 통일부에 제공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회담 협상에 나선다면 그것은 이미 정보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이 회담의 주역으로 나서면 조직 전체가 그 방향으로 변질되면서 안 그래도 제한된 대북 정보 능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 정권은 국제사회에 공인된 폭력 범죄 집단이다. 이 집단과도 협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협상하되 누군가는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국정원이 그 임무를 맡고 있다. 국정원은 국내 정치에 개입하거나 남북 협상에 동원되는 등 극과 극을 오가며 만신창이가 됐다. 이제 선진국형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서 후보자에게 남북 회담을 맡기려면 통일부 장관으로 다시 기용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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