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윤회 사건 재조사'가 그렇게 화급한 사안인가

조선일보
입력 2017.05.13 03:14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와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민정수석실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검찰에서 제대로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나온 발언이다.

검찰이 정윤회 문건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 이때 파헤쳤더라면 최순실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도 다 밝혀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작고한 김영한 당시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엔 '장(비서실장) 령(대통령) 뜻 총장 전달-속전속결, 투 트랙'이라고 적혀 있었다. 빨리 덮으라고 대통령이 검찰에 지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다.

줄거리를 국민이 다 알고 있다고 해도 또 파헤쳐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제1공약으로 '박근혜 적폐(積弊) 청산'을 내세웠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새 정부가 제대로 출범하는 데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랄 상황이다. 민정수석실은 아직 사무실 정리도 끝나지 않았다는데 이렇게 대통령, 수석이 나서야 할 정도로 정윤회 문건 사건 재조사가 화급한가.

어차피 강제 수사권이 없는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검찰이 재수사를 해야 하는데 잘못하면 대통령이 또 검찰에 정치보복 수사를 지시하는 것이 된다. 새 검찰총장에게 일임하는 것이 정도(正道)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감옥에까지 가 있다. 더 이상의 형벌이 없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란다고 청와대가 권력을 잡자마자 다른 일 제쳐놓고 이미 다 알려진 사건을 또 조사해 지난 정권을 손보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정말 국민이 바라는 일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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