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교과서 내용 무엇이 잘못돼 폐지하나

      입력 : 2017.05.13 03:15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정(國定) 역사 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예상됐던 일이다. 그러나 '폐지'의 논거(論據)에 담긴 대통령과 새 정부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영찬 청와대 수석은 "문 대통령이 상식과 정의(正義)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역사 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역사 교과서 새로 쓰기는 역사 교육이 왼쪽으로 기울어 있어 바로잡아야겠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여기에는 지금 교단을 장악하고 있는 검정(檢定) 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 과정, 북한의 실상에 대한 국민적 상식을 외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런 생각을 '비정상'이라고 보고, 검정 교과서의 잘못된 사관(史觀)을 방치하는 것이 '상식과 정의'를 세우는 일인 것처럼 얘기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로 규정했다. 이것이 좌편향 검정 교과서들의 기본 인식이다. 하지만 우리 현대사는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기적의 역사다. 이것이 국정교과서의 내용이다. 우리는 후손을 어떤 교과서로 가르쳐야 하는가.

      윤 수석은 또 "국정 역사 교과서는 구시대 획일적 역사 교육의 상징"이라고 했다. 당초 정부가 하나의 교과서만 편찬해 쓰기로 하려던 것이 논란을 부르긴 했다. 그러나 교육부 국정·검정 혼용 방침에 따라 새 교과서는 8종의 교과서 중 하나에 불과하게 됐다. 더 이상 국정이라 부를 수 없다. 이를 놓고 '획일'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새 교과서 연구학교 공모 결과 전국 5566개 중·고교 가운데 신청한 곳은 단 한 군데뿐이었다. 당시 야당과 좌파 교육감·전교조·민노총 등이 뭉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신청을 방해했다. 이것이 '획일'이다.

      윤 수석은 "국정교과서 폐지는 역사 교육이 더 이상 정치 논리에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새 교과서 폐지는 좌편향 교과서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일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새 교과서가 다른 교과서들과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국민의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의 선택 기회도 주지 않고 없애버리는 것이 역사 교육에 정치 논리가 개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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