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입력 : 2017.05.13 03:02

    [마감날 문득]

    집 인터폰이 고장 나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다. 초인종을 눌러봐야 집에 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와 보더니 인터폰 업체에 애프터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폰 업체에 전화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입니다. 통화가 끝나는 대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무한 반복되는 사이 그 배경에는 감미로운 현악 앙상블이 깔려 있었다. 그 공손한 메시지가 12번쯤 반복된 뒤 기어코 이런 메시지가 나왔다. "죄송합니다. 지금 상담 전화가 너무 많아 연결이 어려우니 다음에 다시 연락해 주십시오." 이 메시지가 나올 때는 아무런 배경 음악이 없었다. 기다려 달라고 할 때는 음악을 배경에 깔고, 전화 못 받으니 끊겠다고 통보할 때는 음악이 없다. 심리학 전공자는 이 통화 대기 메시지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이틀간 약 10통의 전화를 걸었고 "통화가 끝나는 대로 연결해 드리겠다"는 메시지와 지겨운 현악 사중주를 120번 들었으며 아무 배경 없이 "다음에 다시 연락해 주십시오"를 119번 들은 뒤에야 사람과 연결이 됐다. 오, 사람이다, 사람이야!

    "여보세요. 아무개 아파트 거시기 동 머시기 호에 사는 사람인데요, 현관에서 초인종을 눌러도 집에 벨이 울리지 않아서 전화드렸어요." "네, 고객님. 그건 기사님과 통화하셔야 하는 부분인데요. 기사님과 통화 연결해 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다시 똑같은 실내악이 흘러나왔다. 망할 놈의 클래식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기사님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콜센터 직원은 "어댑터를 교체해야 하는 부분일 수도 있고 회로에 문제가 있는 부분일 수도 있어서 무엇이 문제인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나는 "네, 부분은 그렇고 문제의 전체는 무엇인가요"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켄 로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다니엘은 실업급여 신청을 해보게나 해달라며 "제발 거지 같은 통화 대기 음악이라도 바꿔 달라"고 한다. 모차르트나 바흐도 실내악 작곡할 때 훗날 이렇게 전화기 속에서 천대받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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