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획委가 '지킬 공약, 못지킬 공약' 추려낸다

    입력 : 2017.05.12 03:04

    [19대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직속 신설… 인수위 역할

    문재인 정부는 11일 정책·공약 정리 전담 기구로 가칭 '국가기획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과거 정부의 인수위 기능 중 정책 점검 관련 부분을 담당하는 '준(準)인수위' 성격이다. 대통령 공약 중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힘든 것은 추려내고 우선순위나 집행 시기 등을 정하는 일을 하게 된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원회를 설치해) 공약의 현실성을 점검해서 당장 할 것과 장기 과제화할 것을 구분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명칭이나 기능은) 조금 다양한 안이 있어서 조정을 해볼 것"이라고 했다. 임 실장은 위원회 역할에 대해 "정책적으로 공약을 재점검하고 신정부 5개년 계획에서의 국정 목표 과제를 정리하는 것"이라며 "(대선) 캠페인 기간 후보가 약속한 공약 점검과 새 정부 국정 과제 목표, 방향을 정리해낼 (정부 기능) 단위"라고 했다. 참여할 인사에 관해서는 "정책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가칭 '국가기획위'는 기존 인수위원회와는 달리 정책 전담 기구가 될 공산이 크다. 과거 인수위들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업무 인수 외에 국무총리·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비롯한 인사(人事) 기능과 취임식 준비 등의 기능을 가졌다. 당선인의 업무 효율성을 위한 것이었지만 지나친 권한 집중으로 '제왕적 인수위'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엔 조기 대선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을 갖지 못한 채 곧바로 취임해 인수위 설치 자체가 불발된 상황이다. 또 청와대를 중심으로 조각(組閣) 작업은 이미 시작됐고 인사수석 비서관도 임명된 상태여서 인사 기능은 불필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수위 일부 기능을 제외한 준 인수위원회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법적인 근거는 정부조직법과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대통령 직속 자문 위원회' 형태로 설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자문위의 경우 기능·인력 구성 등을 국회의 법 통과 없이 국무회의 시행령 의결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

    과거 정부 모두 출범 시기에 인수위를 통해 대선 공약을 국정 과제로 구체화하고 연차별 예산과 실행 계획으로 세분화하는 작업을 반드시 거쳤다. 인수위를 거치지 않은 문재인 정부로선 위원회 형태의 준인수위를 만들어서라도 대선 당시 공약을 걸러내고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에 담긴 내용은 '4대 비전, 12대 약속' 아래 '201개 실천 과제'로 방대한 규모다. 여권 관계자는 "보수 정권 10년을 거쳐 진보 정부로 전환되는 시점에 우선 추진할 개혁 과제가 산적하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자리, 주거, 복지 등에서 시급하게 대응할 과제들이 있고 증세, 성장 동력 확충 등 장기적으로 면밀하게 가야 할 정책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가기획위'가 예정된 역할을 벗어나 인수위에 버금가는 또 다른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정부 관계자들은 "이미 청와대 조직이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서 위원회 인사들이 앞서나갈 경우 역할이 중복되고 예산만 낭비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여의도 정치권을 포함한 학계·관가에서 "국가기획위에 자리가 얼마나 생기느냐" "정부 출범에 공(功)이 있는데 참여가 기대된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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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직인수위 대신 '국정기획자문위'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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