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새 정부의 주요 직책 인선 결과를 발표하자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청와대가 젊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 비서실장에 50대 초반 임종석(51) 전 의원이 임명됐고, 검찰과 국정원 등 사정 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에는 역시 50대인 조국(52) 서울대 교수가 내정됐다.
이낙연(65) 총리 후보자와 서훈(63) 국정원장 후보자, 조현옥(61) 인사수석 내정자, 주영훈(61) 경호실장 등 이날 발표된 다른 인사들도 64세인 문 대통령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그보다 밑이었다. 총리나 비서실장 등 고위직에 70대가 많았던 전임 정부와 비교했을 때 대체적으로 연령대가 낮아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선 대상자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를 젊고 역동적이고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로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비서실장 임종석]
박원순 돕던 '86세대'… 文대통령이 영입
전대협 출신… 주사파 꼬리표 "예스맨이 되지는 않겠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임종석(51) 전 의원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을) 성심으로 모시되 '예스맨'이 되지는 않겠다"며 "직언하고 격의 없이 토론하겠다"고 했다.
임 비서실장은 대표적인 '86(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그룹' 정치인으로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이 당내 경선과 대선 본선을 위한 준비팀을 꾸릴 때 삼고초려를 통해 가장 먼저 영입했다. 경선 전부터 문 대통령의 일정과 메시지를 총괄했고, 선대위 비서실장에 이어 정부 초대 비서실장까지 맡을 만큼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다. '친문(親文)' 색채가 옅고 친화력이 뛰어나 여야 정치권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투명'과 '소통'이라는 두 가지 원칙으로 비서실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임 비서실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장이던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맡아 '임수경 방북 사건'을 주도했다. 이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아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3년 6개월 복역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 방침에 따라 전대협 출신인 이인영·우상호 의원 등과 함께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했다. 그해 16대 총선에서 최연소(만 34세·서울 성동을)로 당선됐고, 17대 때 재선됐다. 그러나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선했고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에 임명됐지만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돼 불출마했다.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4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면서 박원순 시장 측근으로 꼽혔다. 작년 4월 20대 총선에서 서울 은평을에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뒤 문 대통령 캠프에 합류했다.
과거 전력 때문에 '운동권' '주사파'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이날 "임 비서실장은 주사파 출신"이라며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을 주사파 출신에 맡기는 것에 국민 우려가 깊다"고 했다. 이에 임 비서실장은 "한국당과 더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정수석 내정 조국]
검찰개혁 카드로 등용된 법대 교수
非검사 출신… 이례적 발탁, '사노맹' 관련 5개월 수감도
문재인 대통령이 첫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10일 조국(52)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내정한 것은 검찰에 대해 칼을 들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이 줄곧 검사 출신이었던 것과 달리, 조 내정자는 학자 출신이다.
조 내정자는 지난 대선 때부터 문 대통령을 지원해 온 '친문(親文)' 성향이라 할 수 있다. 검찰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과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부패·정치 검찰 청산을 주장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공약했다. 조 내정자도 작년 11월 열린 시국 토론회에서 검찰에 대해 "정권 초기에는 산 권력을 위해 칼을 닦고 권력이 죽어간다 싶으면 바로 찌르는 모습"이라며 "공수처를 만들고 공수처장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임명한다면 대통령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고 했었다.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난 조 내정자는 1982년 혜광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받은 뒤 울산대 조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3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약칭 사노맹) 산하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사건에 연루됐다.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개월간 구속 수감됐었다. 법원에서는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인권단체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그를 '올해의 양심수'로 선정하기도 했다. 조 내정자는 이후 사면·복권돼 미국 UC버클리대 유학을 다녀왔고, 동국대 법대 조교수를 거쳐 2001년 말 서울대 법대 조교수로 임용됐다. 2000~2005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소장으로 일하며 공수처 설립을 주장했고, 2004 ~2005년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조 내정자는 2008년 4월 '교수들의 정치 참여를 막는 학교 내규를 만들어 달라'는 건의문 작성을 주도해서 이장무 당시 서울대 총장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2011년 9월 '혁신과 통합'을 창립하자 여기에 참여했다. 또 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할 때는 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