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낙연 총리 후보, '제청 쇼' 하지 않을 결의 돼 있나

조선일보
입력 2017.05.11 03:13

10일 문재인 대통령 첫 인사로 지명된 이낙연 총리 후보는 기로에 서 있다. 이제 검증이 시작될 테지만 국회의원 4선과 전남지사를 거치며 많은 부분은 걸러졌을 것으로 믿는다. 그보다는 과거 다른 총리 수십 명과 같은 장식용 총리가 될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헌법에 명백하게 규정된 총리 권한을 그대로 행사해 헌법을 지키는 첫 총리가 될 것이냐다.

헌법은 국무총리가 장관 후보를 대통령에게 제청해 내각을 실질적으로 구성하고 통할하라고 했다.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이 주는 명단을 그대로 다시 청와대로 보내 '제청 쇼'를 하라고 돼 있지 않다. 지금까지 모든 대통령과 총리는 '제청 쇼'를 하며 헌법을 어겨왔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이 헌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파면당한 상황이다. 국민은 헌법을 어긴 대통령을 비판하며 집권한 새 정부가 또 헌법을 바지저고리로 만드는지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대통령 당선 후 바로 취임한 탓에 내각을 구성할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진영에선 상당수 장관 후보를 정해놓았을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이 명단을 이 총리 후보에게 주고 검토하라고 한다면 그게 바로 '제청 쇼'다.

이 총리 후보가 이를 받아들이면 문 대통령이 말하는 '새 대통령상(像)'은 그때부터 어긋날 것이다. 새 정부가 헌법을 엄격하게 지킬 때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그것이 야당에는 가장 강력한 압박이 된다. 앞으로 어떤 조각(組閣) 절차가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 총리 후보는 실질적 장관 제청권을 행사하고 국민이 그것을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 국민은 새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을 국정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에서 28년간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서 후보자의 국정원관(觀)이 무엇인지는 궁금하다. 정보기관은 적(敵)의 동태를 감시해 위협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 정보기관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거나 남북 거래에 활용했다. 국정원을 망친 것이다.

서 후보자는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실무를 총괄했다. 국정원이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해도 국정원은 뒤에서 북이 어떤 음모를 꾸미는지 감시해야 한다. 서 후보자는 어제 "지금 남북 정상회담은 시기상조지만 필요하다. 조건이 성숙되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했다. 국정원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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