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승리로 더불어민주당은 10년 만에 여당(與黨)이 됐다. 하지만 120석에 불과한 여당은 재석 과반이 필요한 정권 초대 총리 인준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다. 새 정부 출범의 필수 과정인 정부조직법 등 각종 법안 통과는 더욱 난망하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쟁점법안을 통과시키려면 180석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80석을 확보하려면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협조를 얻거나, 국민의당·바른정당 등 나머지 정당들과 연대해야만 한다. 정치권에서는 "1988년 이후 유례없던 여소야대(與小野大) 다당제(多黨制)가 재출현했다"며 "다만 그때도 오히려 여당이 야당과의 협조를 당연시하면서 국회에서의 효율은 높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집권 진영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하고 있다. 새 정권은 일차적으로는 국민의당의 협력을 끌어내 과반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는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 120석, 제1야당인 한국당이 107석으로 2강(强)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2강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유일하게 '단독 행동'을 할 수 있는 건 민주당인데, 선진화법에 기대어 야당들의 법안 개정을 막는 정도다. 야당 중 민주당에 가장 협조적인 그룹은 정의당(6석)과 친여(親與) 성향의 무소속(4석) 10석이다. 하지만 이들의 의석을 합쳐도 130석으로 과반에 못 미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국정 운영을 위해 최소한 국민의당(40석)이나 바른정당(20석)과 손을 잡아야 한다. 국민의당은 '호남'이라는 공통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바른정당과는 전략적 동반자 측면에서 협치를 제안할 수 있다. 당장 총리 인준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사드 국회 동의'를 위해서라도 재석 과반이 필요하다. 총리 인준은 인물에 따라서 연대 파트너가 바뀔 수 있고, 사드 배치는 국민의당이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구속력은 없지만, 초기 내각 정통성 확립을 위한 장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선진화법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바른정당 모두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한국당과 새누리당(1석), 친야(親野) 성향 무소속(1석)을 제외하고 연대를 성사시킨다면, 190석을 확보해 한국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 개정도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이 민주당의 모든 중점 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 부처 개편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법인세나 소득세 인상 등 경제 관련 법안에서도 미묘한 입장 차가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식의 4당 연합은 합쳐지기보단 깨지기 쉬운 속성이 있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이해관계에 균열이 생기거나, 여당인 민주당이 협치가 아닌 독선으로 빠질 경우 언제라도 결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대선 직전 법안보다 '시행령'을 통한 정책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 포함된 '일자리 대통령 100일 플랜 13대 과제'는 법 개정보다는 정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 가능한 정책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하지만 결국은 법률 제·개정을 통하지 않고는 궁극적인 변화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문 대통령 측은 "개혁에 동조하는 세력이라면 진영을 넘어 함께할 수 있다"며 '통합정부'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다당 구조가 소수 여당에게 꼭 불리한 환경인 것만은 아니다. 제1야당인 한국당 또한 다당제 국회에서 역할이 줄어들었다. 무조건 반대만 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대선 직전 바른정당 의원 13명과 무소속 1명의 합류로 107석을 확보했지만, 새누리당과 친야 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쳐도 109석이 전부다. 의원 집단 탈당 사태로 멀어진 바른정당과의 협력 없이는 선진화법에 기대도 여당의 연합 법안 처리에 당할 수밖에 없다. 집권 세력으로선 조금만 양보를 하면 다른 당의 협력을 끌어내기 오히려 쉬운 측면도 있는 것이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국가를 바꾸는 근본적인 개혁은 결국 시행령이 아닌 법 개정을 통해 추진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을 인정하고, 당선된 뒤 예전처럼 모든 권한을 다 가진 것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 야당 등 상대방을 배려하고 협력과 설득 동의를 구하려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