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과학계의 여신'으로 불리는 세계적 생명과학자 옌닝(顔寧·40·사진) 칭화대 교수가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명문 칭화대학 대변인은 "오는 가을 학기부터 옌 교수가 모교인 프린스턴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게 된다"고 이날 발표했다. 매체는 "옌 교수의 선택은 최근 중국 과학계에서 번지고 있는 인재들의 해외 유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옌 교수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후 지난 2007년 중국 명문 칭화대 정교수로 부임했다. 당시 30세로 칭화대 최연소 정교수 중 한 명으로 화제를 모았다. 옌 교수는 탁월한 연구 업적과 빼어난 미모로 '과학계의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그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암과 당뇨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물리 구조를 규명하는 성과도 냈다.

그러나 성과를 이룬 2014년 옌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중국 정부가 프로젝트 연구비 지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과학계의 관료주의가 성공 가능성이 적은 연구에 연구비 지급을 지연시킨다"며 "성공 가능성이 낮아도 기초 연구는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파격적인 연봉과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해외에서 공부한 인재들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중국으로 돌아온 인재들을 이른바 '하이구이(海歸)'로 불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과학계의 관료주의와 열악한 연구 자금 환경 등을 이유로 다시 해외로 나가는 '역 하이구이'들이 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의 한 과학자는 SCMP 인터뷰에서 "(옌 교수의 결정은) 일종의 경고 신호"라며 "정부는 과학자들이 돈과 애국심 외에 많은 것을 고려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