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별 총출동한 밤, 유성우 같은 환호 쏟아졌다

  • 뉴욕=황지원·오페라 평론가

    입력 : 2017.05.10 03:04

    [글로벌 문화 현장]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갈라 콘서트

    메트 오페라 링컨센터 50주년
    차기 감독 네제-세갱을 비롯 도밍고·네트렙코 등 스타 출동
    3800석 가득 채운 관객 열광
    뇌종양 투병 중인 러시아 바리톤, 흐보로스토프스키 깜짝 등장도

    세계 오페라 무대의 대표 스타들이 유성우처럼 맨해튼의 밤하늘로 쏟아져 내렸다. 솔리스트 34명과 합창단, 지휘자 셋이 번갈아가며 서른 편의 서로 다른 오페라 속 명장면을 갈라 콘서트로 연주했다. 7일 저녁(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 웨스트의 메트로폴리탄(이하 메트) 오페라에서 열린 '링컨센터 5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다.

    올해는 원래 브로드웨이 39번가에 있었던 메트 오페라가 지금 자리로 이전한 지 50주년 되는 해다. 메트는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아티스트진을 꾸렸다. 지휘는 차기 음악감독 지명자인 야닉 네제-세갱을 중심으로 파비오 아르밀리아토와 제임스 레바인이 나눠 맡았다. 플라시도 도밍고, 안나 네트렙코, 르네 플레밍, 엘리나 가랑차, 디아나 담라우 등 스타 성악가를 망라한 가수진은 화려하다 못해 아찔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지난 7일 ‘링컨센터 50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백스테이지는 세계를 주름잡는 오페라 스타들이 총출동한 ‘별들의 잔치’였다. 왼쪽부터 엘리나 가랑차, 디아나 담라우, 르네 플레밍, 수전 그레이엄, 이사벨 레오나드, 돌로라 자직, 프리티 옌데.
    지난 7일 ‘링컨센터 50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백스테이지는 세계를 주름잡는 오페라 스타들이 총출동한 ‘별들의 잔치’였다. 왼쪽부터 엘리나 가랑차, 디아나 담라우, 르네 플레밍, 수전 그레이엄, 이사벨 레오나드, 돌로라 자직, 프리티 옌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첫 솔리스트로 등장한 플라시도 도밍고가 '안드레아 셰니에' 중 혁명가 카를로 제라르의 아리아 '조국의 적'을 격정적으로 노래하며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 뒤이어 그레이스 켈리처럼 우아한 드레스 자태를 자랑한 크리스티네 오폴라이스가 푸치니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불렀다. 비단결 같은 풍윤한 질감의 목소리와 음악의 악센트를 뒤로 돌려 한결 유려한 흐름을 강조하는 해석 등이 명(名)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를 다시 보는 듯했다. 1부와 2부 피날레에서는 수퍼스타 안나 네트렙코가 출연해 '맥베스'와 '나비부인'의 아리아를 노래하며 관객들을 황홀경으로 몰고 갔다.

    공연의 클라이막스는 러시아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의 깜짝 등장이었다. 현재 뇌종양 투병 중인 그는 이번 갈라 콘서트에 출연한다는 언급이 전혀 없었다. 콘서트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메트 총감독 피터 겔브가 마이크를 들고 나타났다. "이제 리골레토 아리아를 듣겠습니다. 여러분,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입니다!" 순간 괴성에 가까운 환호가 온 극장을 뒤덮었다. 관객 전원이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흐보로스토프스키는 안색이 창백했지만 특유의 사자처럼 포효하는 격정적인 노래로 3800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여기저기서 눈시울을 훔치는 관객들도 보였다.

    2부 마지막 순서였던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에서 2막의 피날레를 부르고 인사하는 출연진. 그 위로 반짝이는 금빛 종이 가루가 쏟아져 내렸다.
    2부 마지막 순서였던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에서 2막의 피날레를 부르고 인사하는 출연진. 그 위로 반짝이는 금빛 종이 가루가 쏟아져 내렸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메트는 지난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유럽 오페라하우스의 재활용 공장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이미 스타로 성장한 가수들을 거액의 개런티로 데려와 별다른 고민 없이 무대에 세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달라졌다. 베르디와 푸치니, 바그너는 물론이고 바로크와 현대 오페라까지 아우르는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자랑하고 있다. 작품의 제작 방향도 전통과 혁신이 중용의 조화를 이뤄 관객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세계에서 젊은 가수를 가장 많이 육성하는 극장으로도 유명한데, 이날 무대에 선 마이클 파비아노, 이사벨 레오너드, 벤 블리스, 안젤라 미드 등이 모두 메트가 키워낸 신예 스타들이다.

    중간 휴식 시간에 지난 세기 메트를 대표했던 스타 바리톤 셰릴 밀른즈와 만났다. 그는 단언했다. "메트의 위대함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라고. 오후 6시에 시작된 공연은 밤 11시가 넘어서 끝났다. 맨해튼의 서쪽 한 자락에서 황홀한 오페라의 꿈이 피어났다. 관객과 출연진 모두 영원히 이날 밤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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