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保守의 대선 패배 이번으로 끝날 것인가

조선일보
입력 2017.05.10 03:13

어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가 얻은 표는 진보 진영이 받은 표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 정당이 이렇게까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은 보수 진영이 이 정도 득표를 한 것도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새 출발은 이런 국민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보수 정치는 지지해주는 국민이 많다는 점을 믿고 10년 가까이 너무나 방만한 행동을 해왔다.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때마다 심각한 고민 없는 공천으로 지금의 이 무력·무능한 정당을 만들었다. 집권 세력의 오만·아집으로 벌인 작년 총선 진박(眞朴) 소동은 최악이었다. 그 결과가 탄핵이고, 지금 존재도 희미한 자유한국당의 초·재선 의원들이다.

문제는 이 보수 정치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은 '친박당'이라고 자처한다. 각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수십 년 내려온 보수 정치의 뿌리들이 새로운 길로 나서기를 거부한다고 거기에 그냥 안주하고 있다. 떠받드는 가치는 겉으로만 '보수' '안보'일 뿐, 속으로는 특정인 맹종이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도 집권의 희망 없이 국회의원 몇 석만 보장되는 지역당 외에 아무런 다른 길이 없다.

분열된 보수 정치가 통합될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도로 친박당'이 아니라 '더 친박당'으로 갈 가능성마저 있다. 통합의 명분이 만들어질 여지가 없는 셈이다. 30%대로 쪼그라든 보수가 그나마 분열되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홍준표 후보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그 나름대로 분투했으나 이 한국당을 바꾸지 못하면 여기까지가 한계일 것이다.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바른정당은 어찌 보면 미약하고 달리 보면 의미 있는 득표를 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바른정당을 통해 보수에도 합리적인 생각, 고민을 담은 정책, 약자에 대한 배려, 품위 있는 경쟁이 있다는 사실을 보았다.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을 재발견했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낡고 퇴행적인 보수의 이미지를 일신하기에 아직은 역부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는 간단하게 말해 '공동체를 위한 책임과 헌신'이다. 그러려면 자신부터 책임지고 헌신해야 한다. 지금 보수의 누가 희생하고 헌신하나. 그토록 국민의 지탄을 받고서도 책임지는 사람조차 없다. 이들이 얼마나마 얻은 표를 들고 마치 면죄부나 얻은 양 또 나선다면 대선 패배는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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