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각)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중도 신생 정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40)은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와 달리 2년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국민에게 생소한 이름이었다. 마크롱은 역대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이 됐지만 어렸을 적부터 야망가는 아니었다. 학창 시절엔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었다. 아미앵 국립음악학교 재학 시절 피아노 콩쿠르에선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24세 연상의 아내 브리지트 트로뉴(64)를 매료시킨 것도 그가 쓴 시(詩)였다고 한다. 그와 함께 앙리4세 그랑제콜 준비반에서 파리고등사범학교(ENS) 입시를 준비했던 한 친구는 2014년 르몽드 인터뷰에서 "우리 반에서 미래에 경제산업부 장관 후보 순위를 정했더라면 마뉘(마크롱의 별명)는 분명 꼴등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ENS 시험에서 두 차례 낙방한 마크롱은 정치인들을 양성하는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과 국립행정학교(ENA)에 진학해 진로를 180도 바꿨다.
2008년 로스차일드 은행에 입사해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동한 그는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스카우트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당시 '엘리제 궁의 모차르트'라고 불렸다. 피아노 실력이 출중한 데다 일찍 실력을 인정받아 2014년 8월 경제산업부 장관이 된 것이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장관 시절에는 소속 정당인 사회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탈(脫)규제와 노동 유연성 등을 골자로 한 경제개혁안을 통과시키는 등 강한 추진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성 정치 체제의 한계를 느낀 마크롱은 지난해 8월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돌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프랑스의 싱크탱크 테라노바의 마크 올리비에 파디스는 "마크롱의 젊고 과감한 이미지와 낙관적 메시지가 비관적 분위기에 빠져 있던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다"고 했다.
마크롱은 취임 이후 친(親)기업적인 정책으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1.1%에 머물렀고, 실업률은 10%를 기록했다. 그는 현행 33.3%인 기업 법인세를 EU 평균인 25%까지 인하하는 감세(減稅)와 주 35시간 근무제 완화 등 친(親)시장 정책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공부문에선 12만개의 일자리를 줄이는 등 비대한 정부를 구조조정하고,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성장산업·직업훈련 등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고, 전체 가구 80%에 대한 주민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거는 등 서민들을 위한 복지정책도 약속했다.
대외 관계에서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옹호하는 등 올랑드 정부의 친미·친EU 외교 노선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입력 2017.05.09.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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