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크롱 효과'로 프렉시트 우려 해소]

7일(현지 시각) 실시된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 정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40) 후보가 66.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극우 포퓰리즘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는 33.9%에 그쳤다.

친(親)EU와 자유주의, 개방주의를 지향하는 마크롱의 당선으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으로 전 세계적인 소용돌이를 일으켰던 포퓰리즘의 질주는 기세가 꺾였다.

7일 오후(현지 시각) 마크롱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연설이 예정된 파리 시내 루브르박물관 야외 정원은 거대한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박물관 입구 쪽에 설치된 무대에선 밤늦게까지 공연이 이어졌고, 1만여명의 시민들이 프랑스 국기와 EU 깃발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일간 르피가로는 "루브르는 파리 한가운데로 한 번도 정치 행사가 열린 적이 없는 곳"이라며 "'통합'과 '중도'를 표방한 마크롱이 의도적으로 이 장소를 고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후 10시 35분쯤 마크롱이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연호했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에 맞춰 아내 브리지트 트로뉴와 함께 등장한 마크롱은 "모든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우린 해냈다"면서 "프랑스가 다시는 극단주의 세력에 투표할 이유가 없도록 임기 5년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이 정치 초년병의 당선에 대해 "프랑스 정계에 갑자기 출현한 '미확인 비행물체(UFO)' 마크롱이 대통령이 됐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던 프랑스 대선은 쉽게 결판이 났다. 오후 8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출구 조사는 '마크롱의 압도적 승리'를 예측했다. 마린 르펜 후보는 오후 8시 11분 "프랑스가 당면한 거대한 도전들에 맞서야 하는 마크롱에게 성공을 기원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마크롱의 득표율은 예상보다 높았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62~63% 정도 득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66.1%를 얻어 르펜(33.9%)을 32.2%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마크롱은 북동부와 남부 일부 지역을 제외한 프랑스 전역에서 승리했다. 지난달 23일 1차 투표 때 북부·동부(르펜)와 남부·서부(마크롱)를 양분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파리(89.7%)와 리옹(84.1%), 툴루즈(82.9%) 등 대도시에선 몰표가 나왔다. 프랑스 언론들은 "극우 집권을 막기 위해 국민이 하나로 뭉친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반(反)EU, 반난민, 보호주의를 내건 르펜의 극우 진영도 이번 대선에서 세력을 크게 확장했다. 르펜은 결선투표에서 프랑스 전체 유권자 4745만명 중 1064만명의 표를 받았다. 2002년 대선 당시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결선에서 받은 표(553만표)의 2배 가까운 수준이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마크롱 당선을 환영했다. EU 붕괴의 우려가 사라지고, 유럽의 포퓰리즘을 잠재웠다는 안도에서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프랑스가 자유·평등·박애를 선택했다"고 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강력하고 단합된 유럽을 향한 승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크롱의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당장 오는 6월 총선에서 1년 전 창당해 의석이 한 석도 없는 '앙마르슈'를 의회 다수당에 올려놓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앙마르슈가 다음 달 실시되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마크롱의 개혁과 통합 정책은 쉽지 않아진다. 당이 다른 총리와 동거 정부(코아비타시옹)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통령은 총리 임명권을 갖지만 통상 의회 다수당에서 총리가 나온다. 프랑스 역사상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당인 경우는 모두 세 번이었다. 총리는 장관 임명 제청권 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어 대통령과 총리가 당이 다르면 대통령의 국정 주도력은 크게 위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