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콜록거리다 끝난 '황사연휴'

    입력 : 2017.05.08 03:11

    [오늘의 세상]

    파란 하늘에 숨은 '스텔스 황사'… 이번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덜 뿌옇게 보여

    - 여행 계획 짰다가 가족 다툼까지
    "어렵게 잡은 여행" "그래도 못가"
    등산 등 야외 모임도 줄줄이 취소, 휴양지·백화점은 연휴특수 못봐

    #1. 지난 5일 어린이날, 아이(6)와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나들이를 다녀온 직장인 지선영(여·40)씨는 "아이가 집에 온 뒤 목 질환에 걸려 사흘째 앓고 있다"면서 "연휴를 망쳤다"고 했다. 아이는 콜록콜록 기침하는 수준을 넘어 눈물을 흘리고 목 통증까지 호소했다.

    #2. 직장인 김진아(여·29)씨는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야구 경기를 예매했지만 결국 취소했다. 미세 먼지 농도가 치솟아 도저히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산베어스 관계자는 "경기 당일 아침에만 관객 900여 명이 예매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일부 선수가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자 팬들 사이에선 "이 정도면 경기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성토가 나왔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4거리에서 남녀노소 대부분이 마스크를 쓴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4거리에서 남녀노소 대부분이 마스크를 쓴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서울은 이날 미세 먼지 농도가 하루 종일 '나쁨'(81~150㎍) 수준 이상을 기록했다. /고운호 기자
    '황금연휴' 망친 황사

    5~7일 사흘 연속 한반도를 강타한 '황사 테러'가 국민의 황금연휴를 앗아가 버렸다. 노약자는 물론 건강한 성인들도 자고 나면 목이 깔깔하고 기침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사투를 벌이다시피 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 6일 미세 먼지(PM10) 농도가 423㎍(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까지 치솟아 1~4일(60~120㎍) 때보다 약 3.5~7배까지 올라갔다. 봄철 자욱한 꽃가루와 차량 등에서 나오는 미세 먼지 그리고 황사까지 겹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올 들어 최악의 대기 질 상태를 기록했다.

    등산이나 캠핑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미세 먼지 때문에 야외 활동 모임을 취소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외출은 못 하고 시내 호텔에서 '스테이케이션'(한곳에 머물며 연휴를 보내는 것)을 즐기려 알아봤는데 모두 만석(滿席)이라 할 수 없이 집에서 TV만 봤다"고 했다. 밖으로 나갈지, 집에서 쉴지를 놓고 가까운 사람끼리 서로 얼굴을 붉히는 풍경도 벌어졌다. 경기 양평으로 1박 2일 단체 가족 여행을 계획한 김성주(50)씨 가족은 6일 아침 '경기도 권역 미세 먼지 경보발령'이 나오자 서로 의견이 갈렸다. "어렵게 시간을 맞췄으니 미세 먼지가 심해도 가자"는 어른들과, "기관지가 약한 아이들에게 안 좋다"는 이유로 가지 않겠다는 며느리들이 맞섰다. 김씨는 "미세 먼지에다 가족끼리 말다툼까지 벌어진 최악의 연휴"라고 말했다.

    사흘 연휴 기간 황사 최고 농도
    휴양지, 유통업계도 찬물

    황금연휴 특수를 기대했던 백화점과 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도 울상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1~6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소폭 신장했다고 밝혔다. 김상우 롯데백화점 영업전략팀장은 "주말 외출을 꺼리면서 소폭 신장에 멈춘 것 같다"고 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2.5% 느는 데 그쳤다. 미세 먼지와 무더운 날씨 영향으로 이 기간 에어컨 등 가전제품 매출이 28.5% 신장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부분에서의 매출은 거의 마이너스인 셈이다.

    "시베리아고기압이 주범"

    대선일까지 날씨 전망
    이번 황사는 그간 세력이 약했던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고기압이 세력을 갑자기 확장하면서 비롯됐다. 반기성 케이웨더 통합예보센터장은 "여기에다 러시아 캄차카반도 쪽에 버티고 있는 고기압이 강한 서풍의 흐름을 막는 '블로킹' 역할을 하면서 중국 북동부에서 한반도로 황사를 몰고 온 북서풍이 더 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로 사흘 연속 황사가 유입된 것은 중국 북동부 지방의 만주 사막에 강풍이 불면서 끊임없이 일어난 황사가 불과 1~1.5일 만에 우리나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강한 바람으로 이번 황사 농도 자체는 과거처럼 높지는 않다"면서 "과거 중국 서쪽의 타클라마칸사막 등에서 발원해 편서풍을 타고 유입됐다 대기 정체로 국내에 쌓였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미세 먼지 농도가 1000~ 2000㎍을 기록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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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와의 전쟁"…아파트, 공기질을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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