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2시간벽 깨기' 실험… 25초만 남았다

    입력 : 2017.05.08 03:05

    '브레이킹2' 도전, 케냐 킵초게 2시간 25초 비공인 세계新
    '도우미 러너' '자전거 물 공급' 등 최상의 달리기 조건 제공

    - 육상연맹 규정어겨 기록은 비공인
    30명이 교대로 페이스메이커役, 전방에 화살촉 대형 바람 막아줘
    전동 자전거로 같이 돌며 물공급… 인간 능력의 한계 과학으로 도전

    '가장 빛나는 실패였다.'(영국 가디언)

    자동차 굉음이 울려 퍼졌던 레이싱 코스엔 거친 숨소리가 흘렀다. 한 발씩 내딛는 러너의 두 다리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결승선을 끊는 순간, 대형 전광판엔 '2:00:25'란 숫자가 나타났다.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한 러너는 이내 아스팔트 위에 쓰러져 가쁜 숨을 토했다.

    6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북부 몬차 'F1'(포뮬러 원) 서킷(주니어 코스)에서 특별한 마라톤이 열렸다. 지난해 말 나이키가 발표한 '브레이킹2(마라톤 2시간 깨기)'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주인공은 지난해 리우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엘리우드 킵초게(34·케냐). 그는 이날 길이 2.405㎞ 트랙을 약 17바퀴 반 돌아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경기 코스는 IAAF(국제육상경기연맹)로부터 공인받은 정식 코스다.

    리우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엘리우드 킵초게가 6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몬차‘F1’(포뮬러 원) 서킷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25초 만에 주파했다.
    조금만 더 힘을 냈다면 2시간 벽이 무너졌을 것이다. 리우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엘리우드 킵초게가 6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몬차‘F1’(포뮬러 원) 서킷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25초 만에 주파했다. /EPA 연합뉴스
    골인 시각은 2시간25초로,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가 2014 베를린마라톤에서 세운 세계 기록(2시간2분57초)을 2분32초나 앞당겼다. 막판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지만 '마(魔)의 2시간' 벽에 거의 다가선 놀라운 결과였다.

    마라톤은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다. 그리고 2시간은 그 극한을 나타내는 상징적 숫자다. 1991년 미 메이요클리닉의 의사 마이클 조이너는 "이상적인 조건에서 인간 한계는 1시간 57분 58초"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인간은 1999년 할리드 하누치(모로코)가 2시간5분42초로 처음 2시간 5분대에 진입한 이래 18년 동안 2분45초를 줄이는 데 그쳤다. 2시간대를 돌파하는 건 2075년에나 가능하다는 추정도 있다. 그만큼 2시간 벽은 견고하다. 이번 도전의 목표는 인간의 순수한 달리기 능력을 극대화해 그 한계를 넘어서 보는 데 있었다. 주최 측은 이를 위해 코스 곳곳에 공식 마라톤 대회에선 허용되지 않는 '도움' 장치를 마련했다.

    '릴레이 페이스메이커'가 대표적이다. 이날 엘리트 마라토너 30명이 6명씩 조를 나눠 릴레이 형태로 킵초게 앞에서 뛰며 그의 '2시간 완주 페이스'를 조절해 줬다. 공식 대회에서 릴레이 페이스 메이킹은 허용되지 않는다. 페이스메이커들은 앞에서 '화살촉' 대형으로 달리며 바람막이 역할도 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 우승자인 지영준 코오롱 코치는 "다른 선수 뒤에서 달리기만 해도 바람 저항을 크게 덜 수 있어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고 했다.

    2시간 25초, 어떻게 가능했나
    '전동 자전거'를 통해 물과 에너지 음료를 전달받은 것도 실격 사유에 해당한다. 일반 대회에선 달리던 선수가 테이블 위의 물컵을 잡아채듯 잡고 마셔야 하므로 기록 손실이 발생한다. 이날 레이스에선 전동 자전거를 탄 도우미 2명이 계속 킵초게 옆에서 달리며 물을 건네고 선수 상태를 본부에 보고했다. 킵초게는 덕분에 속도를 늦추지 않고도 수분을 보충할 수 있었다. 결국 이런 조건 탓에 킵초게의 기록은 IAAF 공인을 받지 못한 '비공인'으로 남게 됐다.

    규정과 무관하게 오직 기록 단축만을 위한 조치도 있었다. 출발 시각을 꼭두새벽 오전 5시45분으로 잡아 러너들이 뛰기 적합한 기온(섭씨 10도)을 택했고, 평탄한 F1 코스를 '뺑뺑이' 돌도록 해서 최대한 기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놨다. 최경열 대한육상연맹 부회장은 "마라톤 최적의 조건들을 설정했기에 이만큼 빠른 기록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킵초게는 지난해 올림픽 우승 이후 약 7개월간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그 보상으로 100만달러(약 11억3600만원)를 받았다는 추정이 나온다. 킵초게는 "비록 실패했지만 이제 25초 남았을 뿐이다. 머지않아 1시간대에 진입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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