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美中의 목적은 북 비핵화, 우리는 통일까지 준비해야

  •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입력 : 2017.05.08 03:03

    美·中 대북 압박에 공동보조
    두 나라가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가 소외되지 않아야 하고
    북 비핵화에서 양국이 멈춰도 비핵화와 통일 큰 그림 그리려면 韓美동맹·국제공조 더 강화해야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확정됐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불과 3개월 만이다. 아직 대북 정책 실무 라인 인선도 끝나지 않았다. 그만큼 북핵 문제를 시급한 과제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핵은 방치됐다. '전략적 인내'라고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방관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동안 북한은 무려 네 차례 핵실험을 했다. 핵 능력은 크게 강화됐다. 작년 9월 네 번째 핵실험의 위력은 시 전역을 날려버린 히로시마 원자탄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다. 북한은 단순한 핵개발이 아니라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무기라고도 위협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너무도 소극적이었다. 실효성 없는 유엔을 통한 경제제재나 거듭했을 뿐이다.

    이번엔 다르다. 명칭부터 '최고 수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라고 붙였다. 그간의 대북 제재는 북핵 문제를 풀기에 미흡했다는 인식이고, 더는 북핵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각오다. 그래서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 최대의 압박을 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이 핵을 버린다면 김정은 정권 인정이라는 최상의 관여를 하겠다는 약속이다. 이제는 가느다란 회초리 대신 커다란 몽둥이를 들겠다는 것이고, 올바른 선택을 하면 그저 경제 지원 정도가 아니라 체제 안정이라는 큼직한 선물을 주겠다는 의미다.

    방식도 묵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상원 의원 100명 전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북 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국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정보국 국장으로 하여금 대북 정책에 관한 합동 성명도 발표하도록 했다. 미국 행정부가 상원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백악관에서 특정 주제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외교·안보·정보 수장이 합동 성명을 낸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정책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며, 대북 정책에 관한 한 행정부와 의회가 이견이 없음을 대내외에 알린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월6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러니 중국도 변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의지가 워낙 강한 까닭이다. 지금까지처럼 비핵화를 말로만 하다간 미국과 심각한 경제·무역 분쟁을 겪을 판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4월 28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핵확산 방지와 평화·대화 촉진 노력을 동시에 확대하는 '쌍강화(雙强化)' 방침을 제기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표현상으로는 압박과 협상 분위기를 함께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기존 입장에 비해 무게중심이 압박 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은 이례적으로 대북 수출 화물 검사 방식을 종전의 선택 검사에서 전수 검사로 전환했다. 미·중 간 압박의 협조 체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북핵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잘된 일이고, 내일 결정될 차기 대통령은 그만큼 유리한 환경에서 출발하게 됐다.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미국과 중국이 처음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가지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소외되어선 안 된다. 군사 공격이라는 최악의 상황이든 빅딜이라는 놀라운 반전이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어선 안 된다. 역설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한·미 동맹과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정보 공유와 정책 협력이 더욱 긴밀해져야 한다. 한반도 문제이니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식의 감상적 접근은 오히려 우리의 입지를 축소하고 자율성을 제약할 뿐이다.

    통일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에는 북한의 비핵이 중요하겠지만, 우리에겐 통일 역시 소중하다. 핵을 가진 북한과 통일을 논할 수 없지만, 핵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통일이 절로 오는 것도 아니다. 새 정부는 비핵과 평화, 통일의 큰 그림을 만들고, 앞장 서서 미·중을 견인해야 한다. 통일의 기반 구축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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