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부산·포항 유세]
"사전투표율 25% 훌쩍 넘었다, 오늘 홍대 거리에서 프리허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5일 경북 포항과 부산을 차례로 찾아 유세했다.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 지역에서 '보수 결집'을 차단하고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겠다는 전략이다. 부산 남포동에서는 수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세몰이 유세를 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부산 남포동 유세에서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유세차에 올랐다. 그는 "3당 합당으로 갈라졌던 대한민국의 영남 민주화 세력이 다시 하나가 됐다"면서 "제가 지난 대선 때 부산에서 40% (지지율을) 받았다. 이번에는 얼맙니까? 부산 60%, 부산·울산·경남 전체는 50% 어떻냐"고 했다.
문 후보는 "사전 투표가 25%를 훌쩍 넘었다. '프리 허그(free hug)' 하게 생겼는데, 출발이 좋다"고 했다. 문 후보는 지난 3일 기자 회견에서 "사전 투표율이 25%를 넘으면 6일 서울 홍대 거리에서 프리 허그 하겠다"고 했었다. 그는 "저번에 부산을 찾았을 때 '부산에 다시 안 와도 된다' 하셨는데 불안해서 다시 온 건 아니다"며 "혼자만 투표하시지 마시고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도 투표 좀 하게 해 주시라 호소 드리려고 다시 왔다"고 했다. 문 후보는 "개혁과 통합을 함께 해 내려면 압도적인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앞서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 회의를 갖고 2012년 대선 직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그 일이 거꾸로 우리 당에 여성 감금, 인권침해 등으로 뒤집어씌워졌고 우리가 잘 대응을 못 했었다"며 "(이번에도)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으면 선대위, 후보 차원에서도 총력 대응할 수 있도록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아 달라"고 했다.
문 후보는 이후 경북 포항으로 내려가 북구 중앙상가 길에서 "국정 농단으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구속됐는데도 아무런 반성 없이 무조건 표를 달라는 후보가 있다"며 "그 표 받을 욕심에 탄핵도 반대, 구속도 반대하는 홍준표 후보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순실, 박근혜 국정 농단 공범들이 아무런 반성 없이 또다시 정권 잡겠다며 표를 달라는 건 우리 경북을 '호구'처럼 여기는 거 아니냐"고 했다.
문 후보는 "'잘하면 찍어주고 못하면 바꾼다'고 해야 우리 정치가 달라지고 보수도 달라지지 않겠나. 잘했으면 정권 연장, 못했으면 정권 교체, 이게 선거"라고 했다. 그는 "경북 도민들이 그렇게 밀어줬는데 성주에 환경 영향 평가도, 주민 설명회도 제대로 안 하고 기습적으로 사드 배치했다"며 "이게 지지에 보답하는 거냐"고 했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선 "국정 농단 세력과 손잡고 공동 정부 하자는 후보도 있다"며 "정권 교체가 아니라 야합(野合)"이라고 했다.
[안철수, 부산서 도보 유세]
"교육철학 없는 文 당선땐 암울… 기호 1·2번은 과거, 3번은 미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5일 부산 시내를 걸어서 돌며 PK(부산·경남) 민심 잡기에 나섰다. 그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를 지지하지 않는) 60%의 국민은 당선되는 첫날부터 팔짱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가 조그만 실수라도 나오면 그때부터 광화문광장이 뒤집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그런 상태로 당선되면 결국 우리나라는 5년 내내 분열과 갈등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후보는 지난 TV 토론에서 학제 개편 등 자신의 교육 공약 재원에 대해 문 후보가 비판한 것을 두고도 "문재인 후보는 교육 철학이 없다. 정신 상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정치라지만 교육은 아이들 미래인데 '돈 때문에 못한다'니 국가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고 했다. 안 후보는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바꿔야 하는 것이 교육이고 10년간 나눠서 낸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 공약보다 재원도 덜 든다"며 "그걸 정치 공세로 공격하고 유치원도 무상 교육하겠다고 밝혔는데 계속 지엽적인 것을 갖고 물고 늘어졌다"고 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교육 공약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지난 2012년 대선 당시보다 후퇴했다"며 "문 후보가 당선되면 교육이 바뀌지 않고 우리나라 암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틀째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도보 유세를 이어갔다. 운동화에 가벼운 점퍼 차림의 안 후보는 배낭을 메고 거리를 걸으면서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 장소는 매시간 시작하는 장소만 정하고 실제 이동 경로는 즉흥적으로 짜였다. 안 후보는 이날 첫 일정으로 부산 부전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지역 경제 살리는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후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 호국영령과 유엔군 희생자를 추모했다. 그다음 안 후보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부산 어린이날 큰 잔치' 행사에 참석했다. 이곳에 모인 부모들과 어린 자녀들은 안 후보와 사진을 찍기 위해 주변에 몰려들어 한때 안 후보는 수백명에게 둘러싸이기도 했다.
안 후보는 오후에는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딸 설희씨와 함께 사직야구장을 찾았다. 안 후보는 이곳에서 "이번 선거는 또다시 과거로 돌아갈 건지 아니면 새로운 미래로 갈 건지 선택하는 선거"라며 "기호 1·2번은 과거고 3번은 미래"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어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BIFF) 거리로 자리를 옮겼다. 거리 유세 도중 굵은 빗줄기가 내려 잠시 유세가 중단됐지만, 시민들은 안 후보가 비를 피한 커피숍 앞에 모여 "안철수 대통령"을 연호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안 후보의 이날 도보 유세는 페이스북 노출 수 148만여회, 유튜브 등 조회 수 31만5000여회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