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소독차의 추억

    입력 : 2017.05.06 03:02

    [마감날 문득]

    만화가 김양수가 직업 체험할 수 있는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 진풍경을 봤다. 소방관 체험이 가장 인기 있는 코너였다. 아이들이 소방관 옷을 입고 작은 소방차에 탄 채 달리면 부모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그 뒤를 쫓아갔다. 이것을 만화로 그리면서 "아이들은 소방차 체험, 어른들은 소독차 체험?"이라고 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장면이 됐지만, 어릴 적 소독차가 동네 골목을 누비며 흰 소독 연기를 뿌리고 다니면 동네 모든 아이가 그 뒤를 따라 뛰어갔다. 소독기 우렁찬 엔진 소리가 들리면 골목에서 놀던 아이들은 물론, 집에서 밥 먹던 아이들도 숟가락을 던지고 뛰쳐나왔다. 소독차가 동네 밖 큰길로 나가 사라질 때까지 아이들이 뒤를 따라갔다. 초등학생 남자아이들이 압도적 다수였고 중학생 남자아이들도 조금 있었으며 덜떨어진 고등학생조차 따라 뛰곤 했다. 그 뒤로는 늘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너 이리 안 와?" 하고 소리치는 엄마들이 있었다.

    소독차를 따라갈 땐 일종의 요령이 있었다. 분무되는 연기를 정면으로 맞으면서 뛰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앞서 뛰던 아이와 부딪히거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면 몸의 절반은 연기 속에, 나머지 절반은 연기 밖으로 노출시켜 시야를 확보한 채 뛰어야 했다. 특히 용감한 아이들은 소독차 짐칸에 매달려 가기도 했는데, 그러다가 소독차와 함께 동네를 벗어난 뒤 한참만에 돌아와서 무용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왜 그때 우리는 소독차를 그렇게 따라 뛰었을까. 동네를 하얗게 뒤덮는 그 연기와 뭔가 몸에 안 좋을 것 같으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그 소독약 냄새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엄마가 하지 말라는 행동을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어떤 일탈 연대 같은 것을 느꼈던 것일까. 아마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골목의 놀이랄 게 구슬치기나 딱지치기가 전부였으니 흰 연기를 뿜는 비주얼과 디젤 모터의 굉음과 엄마에게 혼날 수도 있다는 스릴을 갖춘 소독차 따라 뛰기는 최고의 레크리에이션이었다. 요즘도 간혹 주택가에서 소독차를 볼 수 있다는데, 스마트폰 쥔 아이들이 그 뒤를 따라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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