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모기와 전쟁… "유충 때 선제타격"

    입력 : 2017.05.05 03:10 | 수정 : 2017.05.05 11:40

    [서울시의 역발상… 방역 방식 '성충 잡기에서 유충 퇴치로']

    "모기 유충 1마리 잡으면 성충 500마리 잡는 효과"
    탄천·산기슭 등에 살충제… 천적 미꾸라지도 활용

    금요일이었던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창덕궁 후원(後苑) 애련지 앞에 '한국방역협회봉사단'이라고 적힌 노란 조끼 차림의 조사원 두 명과 서울시 감염병관리팀 직원들이 모였다.

    방역 업체를 운영하는 경력 16년의 도귀영(여·53) 조사원이 연못가로 다가가 수온을 쟀다. 21도였다. 최동한(55) 조사원이 연못 물을 퍼내자 뿌연 물 사이로 꼬물꼬물 다니는 모기 유충(幼蟲)들이 보였다. 도 조사원은 스포이트로 2~3㎜ 크기인 유충 20여 마리를 빨아들여 작은 플라스틱 통에 넣으며 "꽁무니 부분이 뭉툭한 걸 보니 일반적인 빨간집모기가 아니라 숲모기 유충인 것 같다"면서 "모기 유충은 20도가 넘는 수온에서 자란다. 수온이 지금보다 2~3도 오르면 유충이 급속하게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인근 부용지(芙蓉池)의 청소용 나룻배 안에 고인 물에서도 유충 20여 마리가 나왔다. 도 조사원은 옥수수씨에 박테리아를 묻힌 친환경 살충제 한 움큼을 연못과 나룻배 안에 뿌렸다.

    서울시 모기유충조사반의 원용남(왼쪽·한국방역협회 서울지부 부지회장), 이정현 조사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서 모기 유충(幼蟲)을 채집하고 있다. 민간 방역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은 시와 협력해 모기 퇴치 무료봉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 모기유충조사반의 원용남(왼쪽·한국방역협회 서울지부 부지회장), 이정현 조사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서 모기 유충(幼蟲)을 채집하고 있다. 민간 방역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은 시와 협력해 모기 퇴치 무료봉사를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날 조사단은 후원 일대 연못가 외에도 하수로, 웅덩이 등 모기가 알을 낳을 만한 곳들을 뒤졌다. 2시간 동안 채집한 모기 유충 60마리는 정확한 종(種)과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도봉구에 있는 모기유충조사센터로 보냈다. 수명이 6~7주쯤인 암모기는 한 번에 보통 200개의 알을 낳는다. 알이 부화해 유충을 거쳐 성충으로 변하는 데 2주쯤이 걸린다.

    아직 5월인데도 남부 지방에선 최고기온이 30도를 돌파하는 등 올해도 여름이 일찍 올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일찌감치 모기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 3월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민관 합동 모기유충조사반을 만들었다. 방역 업체 41곳이 무료 봉사에 나섰다. 작년 여름 흰줄숲모기가 옮기는 지카바이러스와 뎅기열이 유행하면서 경각심이 생긴 시와 방역 업체들이 "올해는 여름이 오기 전에 철저하게 방역하자"며 힘을 합친 것이다.

    서울시가 설치한 54개 포획 틀에 잡힌 모기 숫자 그래프

    시는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주 1회씩 자치구 25곳에 설치한 포획 틀 56개로 모기를 잡는다. 작년까지 54개의 모기 틀로 잡은 모기 숫자는 2014년 6891마리, 2015년 1만321마리, 2016년 1만7092마리로 크게 늘어났다. 서울 지역에 나타나는 모기는 14종이며, 93%가 빨간집모기다.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의 비중은 0.04% 정도다.

    시는 올해부터 모기 방역 방식을 성충 잡기에서 유충 퇴치로 바꿔 효율성을 강화했다. 모기 유충 한 마리를 잡으면 성충 500마리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규대 서울시 감염병관리팀장은 "미국은 유충 방역에 80%의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는 유충 방역이 30%(성충 방역 70%) 수준인데, 이를 미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사반은 오는 11월까지 매주 세 번씩 탄천 등 하천 일대, 흰줄숲모기가 주로 사는 산기슭, 외국인이 몰리는 고궁(古宮) 등을 시범적으로 방역한다. 올해 데이터를 쌓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 전역에서 유충 잡기에 나설 방침이다.

    시는 천적을 활용해 유충을 잡는 방법도 병행하기로 했다. 시 한강사업본부는 지난달 26일 토종 미꾸리 1만마리를 여의도 샛강에 풀었다. 미꾸리 한 마리가 하루에 모기 유충 1100마리를 먹는다고 알려졌다. 서초구는 2011년부터 모기가 많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아파트 정화조에 미꾸라지를 넣어 유충을 퇴치하고 있다. 작년에만 1000마리를 투입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미꾸라지는 정화조 안에서도 수개월 넘도록 살아남고, 살충제를 쓰는 것보다 비용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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