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이 1일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적절한 상황에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이는 정말로 영광스러울 것"이라고도 했다. 그가 지난 1월 취임 후,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얼마 전까지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던 트럼프가 갑자기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한 것은 느닷없다는 느낌을 준다. 며칠 전 '사드 배치 비용 10억달러 한국 부담'에 이은 그의 발언은 동맹국인 한국에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애초에 목표로 한 것이 바로 군사적으로 북한을 압박해서 회담에 끌어내는 것이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트럼프는 이 발언을 통해서 북한이 다시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보상책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이상, 앞으로 미·북 회담이 열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취임 100일이 지나도록 국내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트럼프와 미·북 회담으로 현 국면을 돌파하려는 김정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 미·북은 벌써 클린턴 대통령과 김정일 간의 정상회담이 진지하게 논의됐던 2000년 당시를 복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과 북한은 당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평양과 워싱턴 DC를 교차 방문하면서 정상회담 직전까지 간 바 있다.
우리로서는 오는 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즉시 차기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을 명확히 분석하고 우리의 입장이 결코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트럼프 스타일로 볼 때 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보다는 현존하는 북한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선에서 이를 자신의 외교 승리로 치부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북이 도발해 위기를 고조시키고 회담을 통해서 보상받던 과거 20년간의 행태가 반복되면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된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트럼프와의 밀접한 의사소통과 그 채널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