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강아지… 우리 식구를 소개합니다

    입력 : 2017.05.02 03:02

    - 경기도미술관 '가족보고서' 展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 담아내… 공존·대화 등 4개 주제로 전시
    "잊고 지낸 가족의 소중함 상기"

    수술로 목 보호대(넥 칼라·neck coll ar)를 낀 애완견을 흉내내 온 식구가 목에 장식을 걸었다. 아이들 태어난 뒤 설거지를 도맡은 아빠는 검정 고무장갑으로, 아들과 딸은 꽃과 레고로 목 장식을 만들었다. 엄마는 조금 다르다. 흑백 깃털 장식이 온 얼굴을 가렸다. 결혼과 출산 후 개인 삶을 잃고 아내와 엄마로서만 살고 있는 여성의 현실을 은유한다. 배종헌의 '엘리자베스 카라를 한 가족사진' 이야기다.

    경기도미술관에서 7월 9일까지 열리는 '가족보고서'전(展)은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관찰한다. 김인숙, 배종헌 등 국내 작가 12팀과 중국 작가 2팀이 참여해 공존, 대화, 무게, 좌표라는 4개의 소주제로 가족 이야기를 풀어간다. 회화, 영상, 설치 등 만듦새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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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헌의‘엘리자베스 카라를 한 가족사진’. 엄연한 가족의 일원이 된 개의 모습이 당당하다. /경기도미술관
    윤정미의 '선규네 가족과 코코와 건달이, 서울, 삼성동'은 혈연에서 공존으로 가족의 중심축이 이동해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거실에서 식구들이 애완견과 뒹굴며 노는 모습. '개(犬)족사진'이란 말이 등장할 만큼 애완견이 집 지키는 동물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로 가족이란 울타리에 들어온 요즘 풍경을 보여준다. 중국 작가 샤오이농과 무천이 협업한 '가족도감 1'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습도 재미있다. 상의는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인민복과 건축복을, 하의는 시장경제를 의미하는 치마와 양복바지를 입었다. 상·하의를 다르게 입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중국 사회에서 급변하는 가족의 의미를 보여준다.

    지지수의 '파더 스틸 라이프(father still life)'는 뭉클하다. 다섯 살 때부터 스물두 살까지 아버지와 독대한 시간이 10여 분밖에 되지 않았다는 작가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와 더불어 짧지만 함께 낙서하며 보낸 즐거웠던 추억을 화사한 색깔, 그러나 거친 선으로 화폭에 풀어냈다. 조해준은 생계를 위해 화가의 꿈을 실현하지 못한 아버지 조동헌(85)과 함께 공동 작업을 했다. 아버지가 살아온 이야기를 영상으로 녹여냈다. 늙은 아버지는 작업 과정에서 벌어진 일화를 그림일기로도 그렸다.

    이소영의 '드물게 찾아온 시간'은 작가와 작가 부모가 나눈 손 글씨 대화를 토대로 만든 영상 작업이다. 부모에게 '가장 외로웠던 순간' '콤플렉스' '꿈'에 대해 솔직히 묻는다.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은 "늘 그 자리에 있는 일상의 한 부분이라 놓치기 쉬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는 전시"라고 했다. (031)481-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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