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S8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빅스비(Bixby)’가 1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빅스비는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명령대로 스마트폰을 동작시키는 기능이다. 아이폰의 ‘시리(Siri)’와 비슷하지만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왼손으로 스마트폰을 들었을 때 엄지손가락이 닿는 곳에 빅스비 전용 버튼을 만들었다. 버튼을 살짝 누르니 왼쪽 하단에 빅스비 로고가 파란 색으로 빛났다.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아이폰만 7년째 사용하고 있는 본지 기자가 출시 당일 직접 삼성의 '빅스비'를 실험해 봤다.
◇음성 인식 아이폰보다 정확… 이미 공개된 서비스는 완벽하게 작동
일단 갤러리·카메라·메시지·날씨·리마인더 등 10개 메뉴에서 빅스비 기능이 공식적으로 지원되고, 이메일·삼성페이·카카오톡 등 20개 메뉴에서 미완성된 기능이 실험적으로 지원된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직접 시연해보는 동영상 6개도 업로드했다. 동영상에는 “카메라 켜줘”, “이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설정해줘” 처럼 간단한 질문은 물론 “이 사진의 화이트밸런스를 형광등으로 바꿔줘”, “김혜린에게 우리 ‘점심먹자’라고 문자 보내고 강남역 위치 첨부해줘” 등 다소 복잡한 요구까지 척척 해내는 빅스비의 모습이 담겼다.
기자가 직접 갤럭시S8의 빅스비를 이용해 실험했을 때도 기존에 공개된 매뉴얼은 거의 완벽하게 해냈다. 단순한 이름 석자 대신 ‘회사동기OOO’이나 숫자가 들어간 이름을 불렀을 때도 정확하게 인식했다. ‘강남역’을 ‘마포역’, ‘광화문역’ 등으로 바꿔서 말했을 때도 문제 없었다.
같은 문장을 아이폰7과 갤럭시S8에 동일하게 말했을 때는 삼성 빅스비의 한글 인식 기능이 애플 시리보다 정확했다. 10개의 동일한 문장을 아이폰과 갤럭시에 각각 말해본 결과 아이폰은 10개 중 7개의 한글 문장만을 단어 하나까지 정확하게 인식했지만 갤럭시는 모든 문장에 오류가 없었다. 시리의 경우 “가격 정보 좀 찾아줘”라는 명령을 “가게 정보 좀 찾아줘”로 알아듣는 사소한 실수가 있었지만 빅스비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문장을 정확하게 받아 적었다.
카메라 기능에서도 세세한 동작까지 음성 지원이 가능했다. 후면 카메라가 작동하고 있을 때 “빅스비, 셀카모드로 바꿔줘”라고 말했더니 2초 만에 ‘셀카모드’로 전환돼 카메라가 기자의 얼굴을 비췄다. 얼굴이 좀 부은 터라 “최대한 갸름하게 해줘”라고 요청해보니 ‘갸름하게’ 기능으로 넘어가 강도를 최대치인 8까지 높였다. “눈도 최대한 크게 해줘”라는 명령엔 ‘눈 키움’ 기능을 역시 8까지 높였다.
◇사투리도 인식… 하지만 응용력은 ‘아직’
삼성전자측은 빅스비를 공개하면서 “사투리까지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말과 억양과 어미가 다른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인식할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대구에 22년 동안 거주한 최모(31)씨에게 완벽한 현지어로 빅스비에 명령해줄 것을 주문했다.
최씨가 “메시지 안 읽은 거 다 읽음으로 처리해도(줘)”라고 하자 빅스비는 정확하게 질문을 이해해 “읽지 않은 문자가 없네요”라고 답했다. “화면 쫌 밝게해도” 라는 요구에도 마찬가지였다. 최씨가 “내 폰 저장공간 을마 남았노(얼마나 남았니)?”라고 물었지만 빅스비는 “얼마나 많노?”로 인식했다. 그리고 저장공간을 관리하는 ‘디바이스 관리’에 정확하게 들어가 남은 용량을 확인했다. 사투리로 물은 질문의 맥락을 이해하고 요구한 결과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억양뿐 아니라 단어까지 인식하는지 실험하기 위해 이번에는 좀 더 어려운 질문을 던져봤다. “퇴근할 때 정구지찌짐(‘부추전’의 경상도 사투리) 사가꼬 가라고 말 쫌 해도”라고 했더니 빅스비는 “새로운 영감을 주는 질문이에요”라고 답했다. 이 정도 심한 사투리는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표준어를 쓰는 기자가 “퇴근할 때 부추전 좀 사가지고 가라고 말 좀 해줘”라고 말한 다음, 다시 최씨가 “정구지찌짐 사가꼬 가라고 말 쫌 해도”라고 리마인더를 요청하자 “정보지 좀 사갖구 가라고 말 해”라고 인식해 조금 더 발전된 답변을 내놓았다.
사투리까지 상당한 수준으로 인식하는 빅스비지만 응용력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어디야?” 라는 비교적 단순한 질문에도 “그걸 이해하려면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다시 물어도 “어떤 답이 좋을까요? 고민되네요”라고 했다. 같은 질문을 아이폰의 ‘시리’에 물었더니 1초 만에 “시청역”이라는 답변과 함께 지도가 나왔다. 아직 지리 학습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카메라로 물건을 비춰 제품 정보를 알려준다는 ‘빅스비 비전’도 아직은 미완성 상태로 보인다. 아디다스의 신제품 운동화와 화장품을 보관하는 주머니 등 몇 개 제품으로 실험해본 결과 아예 엉뚱한 제품의 정보들만 제공됐다. 경쟁사인 ‘아이폰7’을 비춰보니 까만 모양의 장지갑으로 인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