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으로 달린 '휠체어 러너'… 최연소 7세 소년 가족의 '3父子 러닝'

    입력 : 2017.05.01 03:03

    서울하프마라톤 이색 참가자들

    1만여명이 몰린 2017 서울하프마라톤엔 이색 참가자도 많았다. 농구공을 드리블하며 달린 청년, 맨발로 뛴 러너, 승복을 입은 스님까지 모두가 마라톤 축제의 주인공이었다. 두 손으로 하프 코스(21.0975㎞)를 완주한 '휠체어 러너' 김윤근(68)씨도 그중 하나였다. 해병대 출신인 김씨는 월남전에서 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었다. '핸드바이크'(다리 대신 손으로 움직이는 자전거) 등을 즐기는 운동 마니아인 그는 지난해 서울하프마라톤(10㎞ 부문)을 통해 처음 러닝에 입문했다. 김씨는 "항상 차들로 꽉 막혔던 거리를 내달리는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하다"고 말했다.

    승복을 입고 뛴 창원 성불사 주지 승지 스님(왼쪽)과 베트남전 당시 두 다리를 잃은 김윤근(오른쪽)씨.
    승복을 입고 뛴 창원 성불사 주지 승지 스님(왼쪽)과 베트남전 당시 두 다리를 잃은 김윤근(오른쪽)씨. /이진한 기자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하프 코스)는 박종언(82)씨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회에 나선 박씨는 풀 코스를 24회나 완주한 '베테랑' 마라토너다. 2015년 춘천마라톤에선 가족과 함께 풀 코스를 완주한 뒤 본인의 '팔순'을 기념했다. 박씨는 "앞으로도 몸 관리를 잘해서 서울하프마라톤을 꾸준히 뛰고 싶다"고 말했다.

    10㎞ 부문 남자 최연소 참가자인 정지후(7)군은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기념하기 위해 아버지, 할아버지와 함께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이들은 3주 전부터 주말마다 모여 러닝 연습을 했다고 한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정군은 이날 1시간22분49초 기록으로 10㎞를 완주했다. 정군의 할아버지인 정종일(64)씨는 "요즘 아이들은 제대로 뛰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데, 손자와 이렇게 함께 뛰고 땀 흘리는 것이 좋은 교감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마라톤 축제를 함께 즐기는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경북 포항에 사는 최기태(58)씨는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 손동숙(56)씨와 함께 하프 코스를 완주했다. 대회가 열린 30일은 두 사람의 28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딸 최원영(24)씨도 함께 달렸다. 최씨는 "나중에 태어날 손자·손녀까지 같이 서울하프마라톤에서 '삼대(三代) 참가'를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신승백(55)씨는 쌍둥이 아들 신영목·신영준(27)씨와 함께 달렸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두 아들에게 인내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 참가했다고 한다. 신씨는 "마라톤은 인생과 같아서 시작하면 남의 도움 없이 끝까지 뛰어야 한다"며 "마라톤은 내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이라고 했다.

    ▲협찬: KB금융그룹, IBK기업은행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