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 나는 대사로… 청춘의 흔들림 노래했다

    입력 : 2017.05.01 03:03

    [모차르트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 지휘한 古음악 거장 르네 야콥스]

    지휘부터 의상까지 모두 담당
    음악 선율처럼 대사에도 심혈 "모차르트 만나 칭찬받고 싶어"

    고(古)음악 거장 르네 야콥스(71)가 지휘·연출·의상을 맡아 콘서트 형식으로 선보인 모차르트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는 국내 상반기 공연 중 최고로 꼽을 만했다. 소프라노 임선혜와 미국·독일·칠레·영국 출신 성악가들이 나선 무대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한 몸처럼 어우러졌다. 마법의 중심에 야콥스가 있었다.

    '여자는 다 그래'의 한 장면.
    '여자는 다 그래'의 한 장면. 알바니아 청년들로 분장한 굴리엘모와 페란도를 가리키며 하녀 데스피나(임선혜)는“사랑으로 괴로워하는 불쌍한 두 남자”라고 노래한다. /롯데콘서트홀
    지난 28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엔 모차르트 시대와 비슷한 규모의 오케스트라 단원 36명이 전부였다. 18세기 나폴리. 젊은 장교 굴리엘모와 페란도는 자매인 피오르딜리지, 도라벨라와의 결혼을 앞두고 들떠 있다. 노총각 돈 알폰소는 "여자란 남자의 유혹에 쉽게 마음 바꾸는 존재"라며 내기를 제안한다. 두 장교는 거짓 이별을 알리고, 이내 잘생긴 알바니아 청년들로 변장해 자매 앞에 무릎 꿇고 구애한다.

    모차르트는 청춘들의 흔들림을 섬세한 음악으로 펼친다. 감칠맛 나는 대사들을 토대로 야콥스는 독창(아리아)과 중창(앙상블)을 절묘하게 빚어냈다. 2막에서 유혹에 굴복한 자매에게 청년들이 분노하자 돈 알폰소가 "여자는 다 그래!"라고 쏘아붙이는 장면은 압권이다. 피오르딜리지 역의 소프라노 로빈 요한센은 흠 잡을 데 없는 노래를 선보였고, 새로운 연인을 만나라고 자매를 설득하는 하녀 데스피나에 임선혜는 적역이었다.

    야콥스의 오페라는 음악 선율만큼이나 대사에도 심혈을 기울여 자연스럽게 노래하고 말하게 해준다는 느낌을 준다. 공연 전 호텔에서 만난 그는 "모차르트는 좋은 극작가이기도 해서 극본의 질을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야기의 바탕은 대사에서 나옵니다. 어떤 연출가나 지휘자들은 아리아와 앙상블만 중요시하고 대사는 짧게 만들거나 잘라버려요. 그러면 큰 줄기에 얽힌 감정의 골은 살려내기 어렵죠."

    카운터 테너 출신인 야콥스는 마흔한 살이던 1987년 인스부르크 음악축제에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바로크 오페라와 칸타타 등 16~18세기 고음악을 다양하게 소화해왔고, 특히 바흐와 모차르트 이해에 탁월하다.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모차르트 시대로 가고 싶다는 그는 "모차르트가 직접 지휘했던 첫 오페라 무대를 꼭 보고 싶다"고 했다. "첫 리허설도 좋아요. '피가로의 결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사람이 모차르트는 악보보다도 더 빠르게 연주하길 원했다는 증언을 했거든요." 야콥스는 "그와 만날 수 있다면 내 해석이 마음에 드는지부터 묻고 싶다"고도 했다. "그가 '살아있는(alive) 공연이다. 잘했다!'라고 말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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