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式 흥정 작전… 방위비 협상 위해 한국 차기정부 기선제압

입력 2017.04.29 03:06

[합의 뒤집은 사드 발언… "한미동맹의 가치 훼손"]

- 軍·외교가 "동맹을 돈으로 흥정"
"미국도 여러 이익 취하면서 동맹의 근간 위태롭게 하나"

- 내년 방위비 협상 앞둔 전략
공포 유발해 협상 우위 점하는 트럼프 특유의 '미치광이 전략'

- SOFA 5조 '美 경비는 美 부담'
사드 1개 포대 비용 12억달러… 한국에 판 것 아닌 美 소유물

국방부와 외교부 등 안보부서 관계자들은 28일 오전 "사드 비용은 한국이 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한·미가 수차례 확인했던 합의를 뒤집은 것인 데다, 국론 분열과 중국의 보복 속에서도 사드 배치에 협조했던 노력들을 무시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군(軍)과 외교 관계자들은 "동맹의 기본 가치와 정신을 돈 문제로 환산해 흥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미 동맹이 흥정물로 전락"

정부 관계자는 "사드는 F-15K처럼 우리가 도입하는 무기가 아니라 주한미군이 가져와 운용하는 무기라 우리가 돈을 낼 이유도, 근거도 없다"며 "결국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외교가에서도 이날 트럼프의 사드 비용 언급을 "한국 차기 정부와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계산"으로 보는 분위기다. 예측을 뛰어넘는 초강수로 공포를 유발해 기선 제압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미 언론이 '미치광이 이론(the Madman Theory)'이라고 부른 트럼프 특유의 전략이다. 한·미가 맺은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은 2018년까지 유효하다. 본격적인 방위비 재협상은 내년 초 이뤄질 예정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동맹은 기본적으로 일방적인 게 아니라 주고받는 것이지만 트럼프의 이런 인식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해온 한·미 동맹의 근간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도 "한·미 동맹을 통해 미국도 많은 전략적·전술적 이익을 취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무임승차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동맹 간의 예의가 아닐뿐더러 사실과도 다르다"고 했다.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는 매년 늘어왔다. 2016년에는 전체 방위비의 약 50%인 9441억원을 부담했다. 또한 한국은 전체 무기 수입액(2015년 기준)의 90%가 넘는 50억달러를 미국산 무기를 사는 데 쓰고 있다.

"사드는 미국이 필요해 들여온 무기"

트럼프의 발언은 '동맹 가치 훼손'을 떠나서 실무적 차원에서도 양국의 약속과 배치된다. 사드 비용 문제와 관련, 국방부는 작년 3월 '사드 배치 협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을 구성할 때부터 "우리 정부는 부지와 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미국은 사드의 전개 및 운용, 유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내용은 같은 해 7월 공동실무단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며 체결한 약정에도 반영됐다.

한·미가 '사드는 미국 부담, 부지·기반시설은 한국 부담'이란 원칙에 합의한 근거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이다. 우리가 구입하는 무기가 아니라 SOFA에 근거해 미국이 필요해서 주한미군이 들여오는 무기란 것이다. 사드는 2014년 커티스 스캐퍼로티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배치 방침이 정해졌다.

SOFA 5조 등에 따르면 '미측은 미국 군대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고, 대신 한국은 미측에 부지와 통신·전기·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제공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텍사스 포트 블리스에 있던 사드 1개 포대를 '판매'가 아니라 '수송'해왔고, 국방부는 지난 2월 말 롯데와의 부지 교환 계약을 통해 확보한 성주 골프장(148만㎡·890억원 상당)의 약 20%에 해당하는 30만㎡를 지난 20일 주한미군에 공여(供與)했다.

트럼프는 사드 포대 가격이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라고 했다. 군 전문가들은 그동안 발사대 6개로 구성된 1개 사드 포대 가격을 1조~1조5000억원으로 추산해왔다. 전직 미 국무부 관리도 이날 로이터에 사드 비용이 12억달러(약 1조3640억원)라고 했다. 특히 그는 "미국은 사드를 한국에 배치된 다른 무기들처럼 미국 소유로 뒀으면 한다"며 "미국이 사드를 소유하고, 유지하고, 재배치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한국에 사드를 판매할 생각이 없다는 미 국무부·국방부의 공식 입장과는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