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얼마 전 “곧 둘째 아들이 결혼하는데 유세일정 때문에 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면서 영상으로 축하해주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그런데 결혼을 코앞에 둔 그 둘째아들도 지금 신부랑 식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돕기 위해 선거현장을 뛰고 있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열정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 셈이다.
27일 본지가 홍 후보 둘째아들 정현(34)씨를 만났다. 홍 후보가 여성계로부터 비판을 받는 빌미가 됐던 ‘남자 설거지 불가론’을 먼저 물어봤다.
“우리 집은 설거지를 ‘당번제’로 하고 있어요. 결혼한 형 빼고 아버지, 어머니, 저 셋이 돌아가면서 해요.”
역시 아들은 아버지 편이었다. 정현씨는 "아버지가 선거 때문에 너무 바빠져 요즘은 아버지 몫까지 제가 하게 됐다"고 한다.
홍 후보는 지난 18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가사 분담 이야기가 나오자 "설거지를 (내가) 어떻게 하느냐. 남자가 하는 일 여자가 하는 일이 (따로) 있다. 그것은 하늘이 정해놓은 것"이라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홍 후보는 이후 "센 척 하려고 그런 것이다. 사실은 내가 설거지 다 한다"고 했지만 여성계의 ‘분노’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에선 홍 후보에 대해 '솔직하다' '그 시절 남자들은 그럴 수도 있다'는 식의 반응도 나왔다. 실제 홍 후보의 지지율은 그 발언이 나오고 난 뒤에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기자와 만난 날 정현씨는 서울 은평구에서 아버지 지원 유세에 나서 노인복지관과 시장 등을 돌고 있었다. 그가 입고 나온 빨간 점퍼 왼쪽 가슴과 뒷면 하단에는 ‘작은아들’이라고 써 있었다. 당 관계자 몇 명이 동행했다.
정현씨는 노인복지관에서 “기호 2번 홍준표, '몰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며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꼭 잡았다. 무릎을 꿇거나 마룻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잘 생겼다”는 얘기를 듣곤 “아버지 안 닮고 어머니 닮았습니다”라고 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정현씨는 29일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하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 사표를 내고 미국 비행학교에 들어갔다. 현재 학기 중임에도 결혼식 준비와 아버지 유세 지원을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다.
정현씨는 유세 지원에 나선 이유를 묻자 “아버지가 '스트롱맨', '홍트럼프' 같은 강한 이미지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고 있지 않나. 이번에 그런 오해를 풀어드리고 싶다”며 “아버지가 지지를 얻기 힘든 젊은층에 내가 대신 어필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젊은 층의 홍 후보 지지율이 낮은 데 대해 “아버지가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이미지인 건 맞다”고 했다. 네티즌들이 TV토론에 나선 홍 후보를 '낮술한 노인' 등으로 희화화한 것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 저도 아버지께 장난치면서 ‘레드(빨간)준표’라고 하는데요. 우리는 그러면서 웃어요. 재밌자고 하는 말이잖아요.”
'홍 후보는 집에서 어떤 아버지냐'고 물었다. 그의 답. "평소 아들들과 술도 마시고 영화도 같이 보는 친구 같은 아버지"란다. 그는 “요즘 매일 밤늦게 귀가하는 아버지에게 ‘요즘 젊은층에서 아버지에 대해 이런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매일 들려준다”고 했다.
“아버지는 자식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대화도 많이 하시는 편인데, 요즘은 너무 피곤하니까 ‘음, 그래. 알았다’고만 하시고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생각하시더라고요.”
정현씨에게 홍 후보를 둘러싼 또 다른 논쟁거리인 ‘돼지흥분제’ 사건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아들은 정색하면서 "본인이 직접 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벌써 수십년 전 얘기고 본인이 직접 한 일도 아니예요. 아버지가 당시 자서전에 쓰신 것도 스스로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였어요. 다른 후보들은 (아버지가 성범죄를 시도한 것처럼)거짓말 하면서 '사퇴하세요', '책임지세요' 하는데, 난 모두가 (과거의 잘못을)솔직히 말하고 용서를 구했으면 좋겠어요.”
홍 후보는 대학 시절 친구의 성범죄 모의를 도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자 "우리 애들은 다 아는 얘기"라고 했었다. 정현씨 얘기를 들어보면 그 말은 사실인 듯했다.
유력 대선 후보들 가운데 자녀를 거의 매일 유세 현장에 공개 투입하고 있는 사람은 홍준표 후보가 유일하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현씨의 형 정석(36)씨도 아버지를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딸과 아들은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유세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딸이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딸은 비공개적으로 가끔씩만 얼굴을 비추고 있어 대조적이다.
이에 대한 정현씨의 답이 무척 ‘정치적’이다. “다른 유력 후보 자녀들은 취업이나 재산 등 문제가 걸려있지 않나. 나와 형은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저와 형 이름에 바를 '정(正)' 자를 쓰셨어요. 바르게 살라는 거죠. 아버지는 특혜를 정말 싫어하세요. 저와 형에게 용돈도 잘 안 주셔서 저희 형제는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도 참 많이 했습니다. 이것저것 특혜를 받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지만 전 그런 것 없이 살았어요.”
만약 아버지가 당선된다면 어떤 대통령이 될 것 같냐는 질문에 정현씨는 “아시다시피 아버지는 절대 말을 바꾸지 않는 분이다.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는 정직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잘 하고 계시니 이대로 쭉 하시면 될 거라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