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를 미리 열어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은 노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심(78·李沁·사진) 대한노인회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본지 기자에게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선 전 민감한 시기를 감안한 듯 "정식 인터뷰는 사양한다"면서도 '30만원까지 기초연금 증액' 등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노인 복지 공약에 대한 생각을 묻자 "노인은 돈만 주면 다 됩니까?"라고 일침을 놓았다. '노인은 돈만 주면 표를 준다'는 식으로 나오면 노인들로선 무시당한다는 생각마저 든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기초연금을 현행 최대 20만원에서 30만원까지 인상 ▲기초수급자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 ▲치매 노인 지원 강화 등을 약속했다. 주요 노인 복지 공약에 따른 추가 소요 예산만 적어도 연간 15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은 "노인들에게 잘해주겠다는 것도 좋고, (약속한 공약대로)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지 특별한 방법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뾰족한 수가 없으면 나라가 부도가 나거나 망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는 앞서 '부양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기도 했다. 노인들도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인 만큼 "무조건 돈만 더 지원한다는 후보를 뽑지는 않을 것"이란 게 이 회장 생각이다.

그는 "노인을 행복하게 해주고, 공경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먼저"라며 "(노인들이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노인에게 종교 활동을 하도록 권장하거나 젊은 세대들이 퇴계 이황 정신을 배워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가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가난해도 행복지수가 높은 방글라데시를 언급하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노인을 공경하는 정신 교육을 먼저 하고, 노인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지 연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노인복지청' 신설 ▲노인 교육을 위한 연수원 지원 ▲노인을 위한 직능별 비례대표제 등 노인회의 '3대 현안 사업'을 밝히고 후보별 의견을 묻기도 했다. 그는 "노인 인구가 700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노인 사무를 관장하는 부서가 부처별로 뿔뿔이 흩어져 있다"며 "이를 일원화해 체계적인 노인 정책을 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꼭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 대신 참석한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도 노인복지청 신설에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