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23일 TV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2006년 '일심회 간첩단' 수사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을 불러 '수사를 그만두라'고 했다"며 "(사건) 관련자가 전부 386 운동권, 문 후보 측 진영 사람들이 많아서 수사를 못 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후보는 "검찰 수사에 관여하거나 통제한 적이 없다"며 "그야말로 가짜 뉴스"라고 했다.
'일심회 사건'은 2006년 10월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이 적발한 간첩 사건이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이 이 사건 관련자들을 체포한 지 3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 뒤로 수사가 더 진행됐고, 재미교포 사업가 장민호와 386운동권 출신인 최모 민노당 전 사무부총장 등 5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확정돼 3~7년형을 받았다. 이들은 조선노동당에 입당해 김일성·김정일 부자에게 충성 서약을 했고, 주한미군 재배치 현황 등의 비밀 문건도 북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이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주장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011년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에 따른 것이다. 미 국무부에 타전된 이 비밀 문건에서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 대사는 "노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김(승규)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한다"며 "체포·수감된 이들이 북한을 위한 간첩 활동을 했다는 주장과 달리 좌파 쪽 일부 인사는 단순히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건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 원장도 사퇴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참모 대다수가 수사를 원치 않았다. 수사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국정원장이 바뀌었으니 (사의 표명은)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 후보 측 진영 사람들이 수사를 못 하게 한 것'이라는 홍 후보 주장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홍 후보는 토론회에서 "문서에 따르면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후보가 일심회 간첩단 사건을 축소했다"고도 했다. 이런 내용은 외교 전문에는 없다. 김승규 전 원장도 2012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 중단 압박한 청와대 참모의) 실명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