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사발·오미자… 폐광촌 문경을 일으키다

    입력 : 2017.04.24 03:03

    [히든 시티] [6] 한물갔던 탄광촌서 '富農 도시'로 탈바꿈한 경북 문경시

    - 29일부터 '전통찻사발축제'
    지난 5년간 105만여명 다녀가… 다례 시연·도자기 빚기 행사도

    오미자 농가, 매년 5000t 생산… 1000억원 넘는 매출액 올려
    작년 말레이시아로 첫 수출

    문경시 현황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영남 지역에서 수도인 한양으로 향하는 중요 관문이었다. 전략적 교통 요충지였던 이곳은 근대화 시대에 탄광 도시로 변신했다. 하지만 경북 문경시는 1980년대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70여 곳의 탄광이 문을 닫았고, 16만여 명이던 인구는 7만명대로 줄었다. 탄광에 의존했던 지역경제는 추락했다. 산악 지형의 척박한 땅이 많은 이곳에선 벼농사를 짓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돌파구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문경시 동로면 주민들이 산간 휴경지를 경작해 오미자를 심은 것이 반전의 시작이었다. 문경 오미자는 조선시대 왕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왕조실록 등에 남아 있을 만큼 이름난 지역 특산물이다. 주민들은 오미자 농업에서 활로를 찾았다. 재배지를 950㏊(약 287만평)까지 넓혔고, 생산량은 전국 1위(45%)를 지키고 있다. 한물갔던 탄광촌이 부농(富農)의 고장으로 일어선 것이다.

    문경은 또 다도(茶道)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통 찻사발의 주 생산지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마인 망댕이 사기요(沙器窯)가 있다. 전통 가마를 이용해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낸 문경도자기는 역사와 정통성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김정옥 사기장(전통도자기공예부문 중요무형문화재)과 천한봉 도예명장도 문경에서 활동하고 있다.

    ◇손과 마음에 담아가는 도자기의 멋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문경새재오픈세트장에선 '2017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열린다. 올해 19회를 맞는다. 1999년 10월 문경새재박물관 야외에서 지역 도예인들이 전통 가마에서 구워낸 찻사발을 선보이며 시작한 이 축제는 작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의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 지난 5년간 105만여 명이 다녀갔다. '문경 찻사발의 꿈, 세계를 담다'를 주제로 삼은 올해 축제에서도 문경 도자기의 멋과 품격을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흙을 빚는 손끝에 혼을 불어 넣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문경찻사발축제 사진전에 소개된 도예가 김학재(청림도요 대표)씨의 모습이다. 장인들은 한 번 가마에 불을 지필 때 많으면 수 천점의 그릇 등을 넣어 굽는데, 30~40%만 살아남는다고 한다.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올해 찻사발축제에 참가하는 도예가 37명은 19일부터 전통 가마 소성(燒成·장작불 때기) 작업에 들어갔다. /문경시
    유명 도예인 작품 시연과 만남의 자리, 사기장(沙器匠) 하루 체험, 한·중·일 다례(茶禮)시연, 찻사발 빚기 등 특색 있는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기획전시 행사로는 전국 찻사발 공모대전, 문경전통도자기 명품전, 도예명장 특별전, 어린이 사기장전 등이 마련되어 있다.

    오픈세트장 안에 별도로 차려진 사극촬영홍보관에선 문경새재오픈세트장에서 촬영된 100여 편의 사극드라마 자료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전국 가루차 투다(鬪茶·가루차를 물에 타 저으며 많은 거품을 내는 것) 대회, 대형말차 나눔행사, 찻사발 경매 등의 행사도 열린다. 주최 측은 상평통보 엽전을 축제의 기념주화로 발행해 소장 가치를 높이고 체험의 재미도 더할 예정이다.

    ◇세계인 입맛도 유혹하는 문경 오미자

    조선시대 의서인 동의보감(東醫寶鑑)엔 오미자가 천식 치료를 위한 한약재라고 나온다. 문경 오미자는 2008년부터 9년 연속 친환경 농산물 부문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이젠 외국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문경오미자밸리 영농조합에서 생산한 제품이 말레이시아로 첫 수출 길을 열었다. 홍콩·싱가포르·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시아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오미자를 손질하는 농민. 다섯 가지 맛이 난다는 오미자엔 뇌졸중 예방, 간 보호 및 해독, 혈액순환 개선 등의 효능이 있다. /문경시
    문경의 오미자 농가는 매년 5000여t의 오미자를 생산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엔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문경산(産) 오미자로 만든 '문경오미자 피지오' 음료를 전국 890개 매장에 출시해 28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문경시는 오미자 관련 제품과 체험, 관광을 연계한 산업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다. 문경새재 입구의 오미자테마공원과 오미자 최대 주산지인 동로면 황장산 일원 야생오미자단지 등을 활용해 도시 소비자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칠 방침이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4개 철도 노선이 문경을 지나게 되는 등 사통팔달의 철로 교통 중심지로 변신하고 있다"면서 "오미자 등 지역 농·특산물과 천혜의 산악자원을 활용한 레포츠·관광산업, 수도권에서 2시간이면 닿는 접근성을 앞세운 강소도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보]
    경상북도 문경은 어디?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