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파리 샹젤리제서 총성 20발… 대선 TV토론 한때 중단

    입력 : 2017.04.22 03:11

    [내일 대선 프랑스 '테러 쇼크']

    - 테러범, 경찰車 향해 소총 난사
    인도 달리며 경찰들과 총격전… 놀란 시민들 비명 '아수라장'

    - TV토론 중이던 대선 후보들 충격
    사회자가 토론 끊고 "긴급 뉴스"… 토론 재개후 안보가 최대 이슈로

    파리 샹젤리제 총격 테러 현장 지도
    "잠깐만요, 긴급 뉴스입니다. 조금 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총격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20일 오후 9시 45분쯤(현지 시각) 프랑스 대선 후보 11명이 마지막 생방송 TV 토론을 벌이던 중 사회자 다비드 퓌자다스가 갑자기 토론을 중단시켰다. 3번째 토론자로 나선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발언을 마친 직후였다. 이후 재개된 토론은 테러·안보가 최대 화두가 됐다.

    23일 치러지는 대선을 사흘 앞두고 터진 이날 테러로 프랑스는 또 한 번 깊은 충격에 빠졌다. 프랑스는 지난 2015년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12명 사망)와 파리 테러(130명 사망), 지난해 니스 트럭 테러(86명 사망) 등을 겪은 이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이번 테러를 막지 못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테러범은 이날 오후 9시쯤 샹젤리제 거리 지하철 프랭클린루스벨트역 인근에 정차해 있던 경찰차 한 대 옆에 자신이 몰던 차량을 세웠다. 차에서 내린 그는 AK-47 소총으로 추정되는 총기를 들고 경찰차를 향해 총을 난사했다. 이 과정에서 운전석에 있던 경찰(37)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다쳤다. 범인은 이어 인도를 달리며 순찰 중이던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였고,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이 과정에서 독일 여성 한 명이 발꿈치를 다쳤다.

    파리의 대표 관광지 샹젤리제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테러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15초 동안 20여 차례 총성이 울렸고, 시민들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네스씨는 "처음에는 폭죽 소리인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황급히 뛰어들어와 테이블 밑에 숨었다"고 했다. 쥴리앙(23)씨는 "살면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었다"고 했다.

    현장서 사망한 테러범
    현장서 사망한 테러범

    경찰은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에 이르는 왕복 8차선 샹젤리제 대로(大路) 약 2㎞ 구간을 통제하고, 지하철역 세 곳을 폐쇄했다. 이슬람국가(IS)는 인터넷 홍보 매체를 통해 "우리 전사가 파리의 심장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테러는 뚜렷한 유력 후보 없이 4명의 후보가 막판까지 오차 범위 내에서 경합하고 있는 프랑스 대선 판세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날 낮 파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보였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시민도 적지 않았고, "후보를 정하긴 했지만 맘에 쏙 드는 건 아니다. 바꿀 수도 있다"는 반응도 많았다. 시민 카멜(44)씨는 "사르코지(공화당·2007~2012년 대통령 재임)든 올랑드(사회당·현 대통령)든 무능한 건 다 똑같다"면서 "수십년 동안 보수와 진보라는 공화당·사회당이 권력을 나눠 먹었지만 제대로 된 게 없다"고 했다. 파리7대학 경제학과 오에미 졸리(20)씨는 "부족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한이 있어도 기존 정치인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좌우(左右)로 갈라진 민심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30대 후반의 한 택시 기사는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분열된 국민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파 정권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 전체 노동자의 5%도 안 되는 극좌노동조합 CGT 등에서 총파업으로 국가 전체를 마비시키고, 좌파 정부가 무슨 일 하려고 하면 우파가 벌 떼같이 들고일어난다"고 했다.

    25% 안팎 고실업률 때문에 기성 정치권에 강한 반감을 갖는 젊은 층들은 극우·극좌를 오가며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4일 프랑스여론연구소·피뒤시알 여론조사에서는 24세 이하 젊은이 중 33%가 극우 르펜을 지지했지만, 지난 17일 조사에선 르펜 지지가 15%로 폭락한 반면, 극좌 멜랑숑에 대한 지지가 32%로 급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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